“온 몸의 기운이 바닥끝까지 가라앉는다. 오늘도 많은 말을 내뱉고 왔다. 여전히 많은 감정이 뒤섞인 말들이었다. 온 힘을 다해 이야기하고 왔지만, 내가 지금 보고 생각한 것들이 과연 맞는 것일까, 내가 보지 못한 장면들은 없을까, 미숙한 경험들로 어리석게 판단한 것들은 없을까. 집으로 향하는 길은 걱정과 두려움, 약간의 기대가 뒤섞인 걸음으로 채워진다.……‘20대 여성 청년 대학생 지역’이라는 이유들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어떤 때는 분노를 동기로, 어떤 때는 역할을 명분으로, 어떤 때는 돕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 자리에 함께 하길 택한다. 말 한 마디일 뿐이지만, 아주 작은 변화의 실마리라도 만들어낼 수 있길 기대하며 자리에 앉는다. ‘오늘 난 무엇을 믿고, 누구를 향해 이야기를 해야 할까’ 20여 년의 삶을 살며 경험한 세상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경험한 세상은 따뜻하고 냉혹하고, 치밀하며, 모순적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냥, 오늘은 ‘따뜻함(선함)’에 기대어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믿는 대로 이루어지는 법이니까.”(‘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중)

많은 말을 하고 온 날이면, 내뱉은 말의 양만큼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한 말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내뱉은 말에 내가 고양되어 있지는 않은지’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올해로 2년 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문제를 지적하는 건 다소 쉬운 일일지 모르나, 그에 적확한 해법을 찾아내는 것은 많은 경험 지식 지혜 발품이 필요한 일이었고, 실제 현장의 주체가 되어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1월, 2022년도 부산시 청년정책 심의를 위해 청년정책조정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회의장에 들어서기 전, 작년 한 해를 돌아보았다.

그 중 주요하게 짚어본 2개의 지점이 있었는데, 하나는 정책적으로 민간 청년단체들의 목소리를 모아 부산시 조직개편안을 수정가결시켜 ‘산학창업국’을 ‘청년산학창업국’으로 조정, 제1 주무부서로 승격시켰던 일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현장에서 ‘구직단념청년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구체적인 청년들의 삶의 현장을 마주했던 일이었다.

첫 번째 지점에서는 청년들이 미래세대의 주역으로 중요하다고는 하나 지역에서는 ‘인구유출, 지역균형발전’ 등의 문제를 청년정책의 주요한 이슈인 것처럼 가져와 청년이 소재로 사용되는 일이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음을, 두 번째 지점에서는 지역에서 청년을 소재로 사용하는 시간 동안 청년 개개인의 삶은 더더욱 고립될 수 있음을 되새겼다. 기업 대학 등의 연계를 통해 지역정주를 위한 생태계가 조성된다 한들 주체가 청년이 아니기에, 실제 진행과정에서 이들은 소외될 것이며 진입조차 못할 수 있기에 ‘현재’를 유심히 잘 들여다보자고 다짐했다.

선거가 다가오자, 언론과 지역 곳곳에서 앞으로의 변화를 주장하는 메시지들이 보인다. 국민이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지는 뒤로 한 채 무분별하게 펼쳐지는 논쟁과 그를 뒷받침하기 위한 공약들을 보며, 세상의 무엇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낼 것만 같은 공약들이지만 그 속에 나와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이 얼마나 녹아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없고, ‘정치라는 것을 하게 되면 다 저런 모습을 갖게 되는 걸까?’ 세상을 바꾸려 애쓰는 동료들의 미래가 잿빛으로 물드는 것만 같아 답답하다. 나는 지금 내가 발 딛은 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하는 행위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도 물들어가는 건 아닐까? 걱정과 고민이 꼬리를 문다.

나는 내가 한 말에 취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누군가를 취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가 취한 채 만들어 놓은 세상에 살고 싶지도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더욱, 말을 넘어선 행동들이 필요하다. 그것이 설령, 내가 한 말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일이라 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서로를 점검하고 지켜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