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침습 치료법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의학계의 꽃이자 미래 성장동력이다. 심장이나 뇌혈관 분야의 최소 침습 시술은 인류의 평균수명을 연장했다. 외과계 최고의 성과는 내시경 복강경 수술이다. 작은 구멍으로 복강 내 수술을 한다 해서 ‘열쇠구멍 수술’이라 불렀다. 이 내시경 복강경 수술 실력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외과교수는 연수차 방문한 미국의 유명 병원에서 복강경 수술 실력을 인정받아 국내와 비교할 수 없는 좋은 조건과 함께 시민권도 보장받아 영영 귀국하지 않았다.

그림= 서상균 기자

내시경 복강경 수술은 외과의사의 창의력과 의료산업 발전의 합작품이다. 병변을 확대해 혈관이나 신경을 안전하게 구분 처리할 수 있게 됐고, 혈류 변화와 조직의 투명성을 관찰해 염증이나 암의 특징적인 패턴을 분석, 조직검사 없이 정상조직과 병든 조직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의료산업 시장의 가치를 깨달은 의료기 제조업체의 발 빠른 행보로 최소 침습 수술 시장은 갈수록 번창한다. 복강 수술뿐 만아니라 관절 유방 갑상선 척추 등 내시경 수술의 임상적용 분야는 더 넓어졌다. 수술 결과는 최상이고 합병증 발생률도 세계 최저로 안정돼 있다. 기성세대 외과의사가 이뤄낸 큰 업적이다.

서울 외과 전문병원에 탈장수술을 많이 하는 의사가 있다. 스스로 최고라 칭한다. 탈장 관련 책도 출판했고 SNS 활동과 광고 능력이 돋보인다. 자신의 수술법을 ‘K-수술’이라 명명하고 국소 마취하에 무인공막 방식으로 20분 이내 수술을 마쳐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는 등 달변에 자랑 일색이다. 정작 외과의사들은 그가 어떻게 수술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의 발표 자료에 그토록 자랑하는 수술 동영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급기야 기존 탈장 수술법을 ‘개복수술’이라 표현하는 동료의사들이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다며 무식하다 비난한다.

기존 탈장 수술방식을 ‘개복수술’로 표현하게 된 것은 나름 역사적 유래가 있다. 지금이야 탈장은 증상이 생긴 즉시 병원에서 초기에 수술받는 것이 상식이지만 20, 30년 전만 해도 탈장이 복벽 사이로 빠져 환원이 되지 않았기에 장이 썩어 응급 수술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때 환자의 안전을 위해 피부절개를 크게 하고 복강 내를 확인했다. 지금도 외과의사들은 수술 도중 탈장 낭을 열어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안쪽을 확인하기도 한다. 복막을 열게 되니 ‘개복수술’이 틀림없고 이는 과거를 근거로 사용하는 관용적 표현이다. 표현이 맘에 들지 않으면 본인 뜻대로 ‘절개수술’이라 하면 될 일이고 동료들을 무식하다며 타박할 일은 아니다.

탈장수술에 사용되는 메시(인공 막)의 개발과 발전 속도도 빨라 인체에 안전한 생체 적합 물질 재료가 많이 나왔다. 서구는 물론 국내에도 조직공학 처리를 진행한 안전한 동종 혹은 이종 생체 대체 조직이 사용된다. 재생의료와 조직 공학 분야의 발전 속도는 너무 빠르다. 줄기세포와 생체 적합 물질을 혼합한 세포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장 점막 인대 근육 연골은 물론 기관지나 심장도 만들어 낼 기세다.

탈장 수술은 각 병원 의료 환경에 따라 내시경 복강경 수술과 개복수술이 같이 추천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내시경 복강경 수술은 비만 환자 재발 탈장 양측 탈장 등에서 월등히 양호한 예후가 보장된다. 재현성이 좋아 초보자도 따라 할 수 있다. 반면 경험이 풍부하고 손기술이 훌륭한 외과의사의 개복수술 결과는 예술에 비견된다. 두 가지 수술의 장단점과 적응증이 뚜렷하다. 수술 원칙과 기본이 잘 정리돼 있고 노련미가 더해져 양질의 결과가 보장된 국내 외과계의 현 수준은 국민에게는 복주머니 같다.

명망 있는 외과의사가 자신의 세계에 갇혀 유튜브에서 동료들을 무식쟁이로 만들고 있어 참 난감하다. 후배 외과의사들 앞에서 “복강경 수술, 저는 그런 것도 잘 못 배웠습니다”고 고백하는 진솔한 모습과 달리 환자의 관심을 끌고 자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동료를 폄훼하거나 광고·홍보에 몰입하는 장사치가 된 노망난 의사의 모습은 참 보기 민망하다. 훌륭한 수술기술이나 큰 업적은 떠벌리지 않아도 동료 의사들에 의해 전파되는 게 세상의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