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청 유치 문제가 전국 지역 간 이슈가 되고 있다. 항공우주청 신설 계획은 정부 차원에서 구체화한 건 없다. 다만 경남도가 정부에 가칭 ‘우주항공청 설립’을 건의해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지난달 14일 창원에서 열린 선대위 발대식에서 ‘항공우주청’을 경남에 설립할 것을 공약해 전국적 이슈로 부상했다. 항공우주청 경남 설립 공약은 윤 후보의 공식 공약에도 포함됐다. 온라인 사이트인 ‘윤석열 공약 위키’에는 지역별 특색에 맞춘 전국 발전 로드맵을 제시하며 ‘항공우주청 설립 및 서부경남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로 개발’을 경남의 주요 공약으로 명시했다. 항공우주산업을 국가주력사업으로 육성해 대한민국을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만든다는 비전을 함께 제시했다.

정부도 ‘2030년 세계 7대 우주 강국 도약’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2031년까지 공공 목적 위성 170여 기를 개발하고, 국내 발사체 40여 회를 발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주산업 협력지구를 조성한다. 협력지구는 위성 소재·부품 발사체 개발 등 3개 분야 조합이다.

경남도도 항공우주산업 중심지를 꿈꾸며 ‘우주산업 협력지구 조성’과 ‘우주항공청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경남은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을 중심으로 위성·발사체 분야 기반을 마련해 놓고 있다. 또 진주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세라믹기술원 등의 우주 시험·인증과 소재·부품 분야 연구 기반 또한 탄탄하다. 이들 기업·기관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 당시 위성 소재·부품 발사체 등 모든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한 바 있다.

이에 도는 정부 계획에 발맞춰 속도감 있게 움직이고 있다. 도는 진주 사천에 구축 중인 항공국가산업단지를 중심에 놓고 협력지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기업·연구소 신규 유치를 병행해 ‘항공우주산업 중심지 경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는 경남 우주산업 협력지구 조성 기본계획 용역을 진행해 5개 전략과 17개 과제를 이미 마련했다. 또 정부에 ‘우주항공청(가칭) 설립’을 건의해왔다. 서부경남에 유치하겠다는 의지다. 기계 산업 최대 집적지인 창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 ‘우주산업벨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남도는 또 우주항공청 설립·유치를 2022년 차기 정부 경남도 전략 과제에 포함해 놓고 있다.

하지만 항공우주청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커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진주시와 사천시는 물론 대전시도 앞다퉈 자기 지역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사천시의회는 건의문에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정책은 연속성이나 장기적 계획 없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데 목표를 두어왔다”며 “우주항공산업 육성 및 연속성 있는 우주 개발을 위해 우주항공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규일 진주시장도 새해 역점사업으로 항공우주 육성을 꼽았다. 이를 위해 항공우주청 설립 등을 성장 전략으로 내세웠다. 항공우주 산업으로 미래먹거리를 확보한다는 비전이다. 양 지역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앞다퉈 지역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선거가 본격화되면 항공우주청 유치가 최대 이슈가 될게 뻔하다. 해당 지역에서 항공우주청 유치에 나서는 것이 이해 안 되는 바가 아니다.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우주 육성은 장밋빛 청사진만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이 항공우주청 대전 설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허태정 대전시장은 업무회의 등을 통해 연일 항공우주청 유치를 역설하고 있다.

진주시와 사천시가 우주항공청 유치를 놓고 대립해서는 안된다. 우선 서부경남 지자체와 주민 모두가 협력체계를 구축해 세밀한 전략을 세워 힘을 모아야 한다. 행정구역은 달라도 미래성장사업에서는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으로 뭉쳐야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웃 지자체 간 갈등과 대립의 씨앗을 더는 키워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