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 중에는 공무원이 많습니다. 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해, 부산시 곳곳에서 공무원으로 일하죠. 저는 그들과 자주 만나는데요. 공무원 친구들은 때때로 저를 부러워합니다.

보통의 친구들과 약간 다른 길을 갔기 때문인데요. 저는 미디어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언제든지 휴가를 갈 수 있죠. 그리고 서면에 우뚝 서 있는 현대카드 사옥 안에 저의 사무실이 있어서요. 사무실 시설은 매우 훌륭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기획한 바를 도전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죠. 그러니까, 공무원 친구보다 업무의 자유도가 비교적 높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이 그들에게는 꽤 흥미로워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창업은 아프리카 초원 속 사슴과 같습니다. 언제나 위태롭죠. 내일 당장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나름 대표라며 우쭐대던 이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을 목격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겸손을 가르쳐주는 곳이죠. 그리고 저는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지만, 밤을 지새우며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난해 창업 1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이니까요. 그렇다고, 이미 달려가는 이들이 저를 기다려줄 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걸음마를 배우면서, 뛸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대표의 활동이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안정적인 공무원 친구들이 항상 부러웠습니다.

결과적으로, 공무원 친구와 저는 서로 상대방을 부러워하고 있었죠. 하지만 저는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관점의 차이에서 나온 마음이라는 것을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달콤함이 더 기대되는 법이겠죠. 그리고 내게 놓인 부정적인 것을 바라볼수록, 불행에 초점이 맞춰지고요. 그래서 미국의 유명 컨설턴트 사이먼 사이넥은 긍정적 생각과 표현을 강조합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는 순간, 우리의 머릿속은 코끼리가 더 연상될 뿐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스키 선수가 장애물을 피해 내려갈 때, 장애물에 부딪히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요. 장애물에 부딪히게 되는 모습이 더 강하게 떠오를 뿐입니다. 하지만 ‘길’에 집중하면요. 장애물이 아닌, 내가 가야 할 길이 선명하게 보인다고 하죠. 같은 행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장애물 사이로 순간순간 피하는 것과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태도입니다.

문득 창업을 도전했을 때, 저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부산에서 시사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미디어 회사를 차린다고 하니, 모두가 실패를 점쳤습니다. 당연한 반응이었죠. 팀원도 없었고요. 저는 프로그램 개발을 할줄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해냈습니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카드 결제 시스템을 넣은 것. 뉴스레터 콘텐츠 작성, 홍보 그리고 세무처리까지 모두 혼자서 했죠.

그런데 지금 해보라고 하면요. 전 못 할 겁니다. 왜냐하면, 알기 때문이죠. 앞서 소개한 업무는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제가 잘 몰랐기에, 가능했던 거죠. 모르기에 해봤고, 의외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았죠. 당시, 저는 장애물이 아니라 길에 집중했던 겁니다.

결국, 오래된 경험 또는 전문가를 자처하면요. 익숙함으로, 우리의 관점은 장애물로 향하게 되죠. 장애물이 얼마나 무섭고 큰지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아가야 할 길은 반드시 경험과 전문성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소도 없이 배를 짓겠다고 한 정주영 회장이 그랬고, 우주선을 재활용하자는 일론 머스크의 생각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당시, 허허벌판에서 선박 수주를 하러 간 정주영 회장의 행보는 허무맹랑함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우주선을 재활용하자는 일론 머스크의 도전은 실무자에게 불가능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해냈습니다. 잘 몰랐고 처음이었기에, 장애물이 아니라 길을 봤던 거죠. 그리고 프랑스 철학자 팡세의 말처럼, 불행이 그 사람의 위대함을 증명했죠.

우리는 세상의 모든 일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처럼 되지도 않죠.

하지만 나의 관점만큼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장애물을 바라보느냐, 길을 바라보느냐 말이죠. 이제,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