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더 잘 쉴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본다. 숨쉬기는 인체가 엄마 몸에서 출고될 때 기본옵션으로 장착한 호흡기관의 기능이다. 이 기능을 더 잘할 방법이 절실하다. 합창을 하며 숨에 대해 생각한다. 짧은 숨이 문제다. 노래하는 중간중간 도둑숨을 쉴 때마다 좋은 숨, 숨의 양과 숨의 질에 대해 고민한다. 언제쯤이면 페르마타가 붙은 마지막 마디를 도둑숨 없이 시원하게 부를 수 있을까. 풍부한 성량은 풍부한 호흡에서 나온다. 마음은 조수미인데. 호흡이 따라주지 않는다. 숨쉬기를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면 입학해서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
숨은 목숨이다. 숨을 쉬면 산다. 숨을 잘 쉰다는 말은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을 넘어 생명을 잘 유지한다는 말과 통한다. 숨이 삶이다. 숨의 질이 삶의 질이다. 숨이 깊은 곳에서 쉬어지지 않으면 인공호흡기의 도움이 필요하다. 목에서 얕은 숨을 할딱거리게 되면 곧 목숨이 다한다. 수영을 배우며 들숨과 날숨의 양을 조절하는 숨쉬기를 의도적으로 연습한 적 있지만, 음파음파는 물속의 일. 지상에서 굳이 어떻게 하면 숨을 더 잘 쉴 수 있을까 고민하지는 않는다. 물론 미세먼지를 피하고, 바닷가나 숲속처럼 공기 좋은 곳에서 가능한 크게 심호흡을 한다. 신선한 산소를 가슴 깊이 빨아들인다. 자주 환기를 시키고 공기청정기의 도움을 받는 것도 모두 숨 좀 잘 쉬어 보겠다는 것이다.
공기는 무한리필 공유자산이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향기와 냄새 섞인 공기를 공유한다. 늦은 저녁 지하철 막걸리 섞인 삼겹살 냄새는 공해다. 맑은 숨결을 내쉬는 것은 사람에 대한 예의다. 무엇보다 내가 내쉬는 숨결이 맑아야 한다. 이따금 한숨을 쉰다. 숨 좀 쉬자. 가슴이 답답하다. 숨 막힌다. 나쁜 호흡이 말로 표현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코로나 국면도 숨의 질을 떨어뜨린다. 혹여 바이러스라도 묻어있는 숨결을 들이마시면 안 된다. 내뱉어서도 안 된다.
숨쉬기가 두렵다. 역병의 잠재적 숙주가 될지도 모른다. 사회적 거리는 함께 숨쉬기의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숨쉬기를 두려워하며 숨을 쉬어야 한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바이러스 막겠다고 마스크로 입을 가리니, 날숨으로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배출하지 못한 채 다시 들숨으로 들이마시는 게 아닌가, 기우가 들기도 한다. 더불어 코로나를 견디며 다시 숨을 생각하게 된다. 한숨을 쉬며 견디는 사람과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유레카! 숨도 연습하면 더 잘 쉴 수 있다. 나름의 근거를 찾았다. 근육이다. 신체 근육은 단련을 통해 신체 활동의 기능을 높인다. 몸에는 기도 기관지 폐 같은 주된 호흡기관 외에도 그 기관들의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근육들이 있다. 횡경막 갈비사이근 사각근 작은가슴근 앞톱니근 목빗근 갈비울립근 상부승모근 광배근 쇄골하근, 들숨을 관장하는 근육이 열 종류이다. 속갈비사이근 내복사근 외복사근 항문울림근 세모가슴근 황근근막 배세모근 복직근, 날숨을 관장하는 근육이 여덟 종류이다. 이 근육들이 공기를 밀어 넣고 빼내는 작업에 종사한다. 덕분에 들숨과 날숨의 호흡작용이 가능하다. 이 근육들이 생명과 치명, 목숨을 결정한다.
아름다운 근육질 이름들을 비망록에 기록한다. 일생을 빚진 채무자의 알량한 양심이다. 모르고 잊고 살아갈 이름들, 목숨을 구성하는 붉은 숨결의 근원, 평생 얼굴 드러내지 않는 속 깊은 은둔자의 묵묵한 이름들. 내 가슴 안에 내 목숨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근육질 직원이 있다니. 이 숨은 근육들의 이름을 알고 나서부터 왠지 든든하다. 어깨도 더 자주 펴고, 외부 근육을 움직여서, 호흡근육들이 움직이게 하고 복식호흡을 한다. 한 번도 그 근육들을 내가 볼 수 없겠지만. 이따금 그들이 있을 것이라 짐작되는 자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건다. 고마워요. 기억할게요.
합창을 하면서 나를 조금 더 알게 된다. 나는 음치, 박치가 아니라 숨치였다. 당연한 것 같은 숨도 배우고 연습하면 더 잘 쉴 수 있다. 합창을 하며 호흡이 조금씩 길어진다. 합창이 호흡근육을 단련시키고 있음이 틀림없다. 근육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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