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도 아침이 되면 출근해야 한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야 한다. 마스크를 꽁꽁 쓰고 있지만 안심하지 못한다. 회사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 다 동료이고 친하지만 선뜻 마스크를 벗지 못한다. 모두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옮길지 다른 사람이 나에게 옮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점심시간이 되면 함께 식사해야 한다. 비로소 마스크를 벗지만 대화는 금지다. 긴장의 연속이다. 가는 곳마다 체온을 잰다. 옆 사람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감염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은 긴 코로나의 해였다.

믿을 것은 백신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접종을 완료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접종을 완료했는데도 돌파감염되었다는 소식이 있다. 부스터샷이 절실하다. 백신을 두고 말이 많다. 백신 맞고 고생했다는 사람들이 있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사망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아이를 둔 엄마들은 자녀들에게 백신을 맞게 할까 말까 결정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코로나19도 무섭지만 백신도 무섭다는 사람들의 절실한 목소리를 외면하기도 어렵다.

감염자 중에서는 어디에서 걸린 지 모르는 사람이 제법 있다. 아무리 조심해도 자기도 모르게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7000명을 넘었다. 위중증 환자가 1000명이 넘었다. 내년 초에는 1만 명, 어쩌면 2만 명까지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병상이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을 전전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친 사람에 대한 기사를 보면 애탄다. 지금도 두려운데 더 나아가 오미크론이라는 변종이 퍼지고 있다. 델타보다 전염성이 더 강하다고 하는데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병원에서는 병상 부족을 걱정한다.

완화되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었다. 일상생활에 방역패스가 필수가 되었다. 여러 사정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사람들은 불편하다. 질병으로 불가피하게 접종하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안타깝게 묻힌다.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 2년이 되어가지만 나아진 것은 없다. 처음처럼 극심하지는 않지만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코로나19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독감처럼 계속 변화하면서 유행이 지속될 것이다. 예방접종을 1차, 2차, 그리고 3차 부스터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더 해야 강력한 항체력으로 지속해서 면역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이스라엘에서는 4차 접종이 시작되었다.

이제 코로나19가 없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작아졌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바뀐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는 체념으로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도록 용인해서는 안 된다. 항상 감염에 주의하고 마스크를 쓰고 주기적으로 예방백신 접종하는 생활 방식을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불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의 뉴노멀이 바뀐 것이다. 예전과 다른 세상이 된 것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불안해하기보다는 생활 중에 조심하지 않으면 생길 수 있는 여러 위험 중 하나로 여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많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심하면 피할 수 있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관점으로 생활을 한다. 위험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고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찾아 자신의 방식으로 실천한다.

수시로 발표되는 공식적인 지침과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지침이 못마땅하고 믿을 수 없다고 무시하지 말고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여러 사정으로 지침을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또 다른 측면에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는 큰 도전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비난하기보다는 조언과 격려로 함께 공중보건에 기여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모두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할 생각도 해야 한다. 어떤 곳을 가고 싶어도 참고 기다리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바뀐 새로운 뉴노멀을 새로운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2022년에도 코로나19 유행은 계속되겠지만 묵묵하게 일상을 지켜온 우리들이 힘을 모으면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겠지만 생활 속에서 작은 기쁨과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롭게 도전하고 성취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하자.

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