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성민규 단장이 세 번째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있다. 계약기간(3년)으로 보면 롯데에서의 마지막 스토브리그가 될 수도 있다.

롯데는 2019시즌 9월 시즌 도중 이윤원 단장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하자 당시 30대였던 성 단장을 전격 임명하는 파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그룹 내부 인사를 단장으로 돌려쓰던 관행을 깨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코치와 스카우터를 경험한 성 단장을 기용함으로써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롯데가 성 단장을 영입한 배경에는 선진야구 시스템을 도입해 지금까지 학맥과 인맥이 지배했던 구단 내부의 보이지 않는 구태를 청산하는 한편 그가 MLB에서 쌓은 인맥과 경험을 바탕으로 ‘용병 농사’에서 이득을 보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대구상고를 졸업한 성 단장은 미국 네브래스카대학을 거쳐 26살의 나이에 미국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정식 코치를 시작으로 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컵스 구단의 환태평양 지역(Pacific RIM) 스카우트 슈퍼바이저를 맡았다. 국내 프로야구 단장 가운데서는 보기 드문 이력이다.

팬들의 관심은 ‘성민규표 야구’에 쏠렸다. 성 단장 부임 직후 방영했던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어느덧 야구팬들, 특히 롯데 갈매기들 사이에서는 스토브리그 주인공인 백승수 단장과 성 단장을 동일시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성 단장이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롯데의 체질을 개선하고 단시간에 드라마처럼 팀을 우승권 후보로 올려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취임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성민규표’ 야구는 명과 암을 갖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성 단장 부임 이후 롯데는 어느 정도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족한 부분을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돈으로 해결하던 관행은 사라졌다. 대신 육성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2군 투자 확대와 데이터 야구가 새 기조로 자리 잡았다. 2군에 핵어택, 랩소도 등 최신 장비를 들여와 선수 기량 성장을 도모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확률 높은 야구를 선택했다.

가장 취약 포지션이었던 포수는 최현 배터리 코치의 지도 아래 괄목상대라 부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2군 감독이었던 래리 서튼이 올 시즌 도중 감독을 맡은 뒤 김해 상동(2군 ) 출신인 김도규 배성근 신용수 김민수 등에게 기회를 부여하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뼈 아픈 대목은 롯데가 가장 기대를 걸었던 용병 농사다.

2020시즌 합류한 댄 스트레일리는 그 해 15승 4패 평균자책 2.50을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지만, 올 시즌은 10승 12패 평균자책 4.07로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했다. 우완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던 앤더슨 프랑코 역시 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피칭을 선보이며 9승 8패 1홀드 평균자책 5.40으로 그저그런 용병 투수로 활약했다. 원투 펀치의 부진 속에 롯데는 막판 가을야구 순위 싸움에서 힘을 받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여전한 명품수비를 보여주는 딕슨 마차도는 이번 스토브리그의 고민거리다. 2020시즌 MLB명장면에서나 볼 만한 환상적인 수비와 준수한 방망이(타율 2할8푼, 15홈런)를 보였다. 올 시즌에도 명품 수비는 변함이 없지만 공격은 다소 무뎌진 느낌이다. 타율은 2할7푼9리로 지난 시즌과 차이가 없지만 홈런은 5개로 크게 줄었다.

올 시즌 롯데의 실패는 용병 농사를 망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가을야구에 진출한 다른 팀들이 외국인 선수 덕을 톡톡히 본 것과는 대조적이다. 역설적으로 성 단장에게 가장 기대를 걸었던 부분에서 롯데는 쓴 맛을 봤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롯데는 용병 투수 2명을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 거포를 영입할 경우에는 내야수비를 지휘하는 마차도는 포기해야 한다. 쉽지 않은 선택 앞에 선 셈이다.

성 단장이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매직’을 보여줄 수 있을지 롯데 팬들은 벌써 그의 행보를 주시한다.

라이프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