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뒤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대진표도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를 본선에 올렸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를 대항마로 세웠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재도전한다. ‘새로운물결’ 창당을 준비 중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가세할 태세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이 20대 대통령이 된다. 후보들 간 합종연횡을 위한 정치적 전략·전술은 양념일 뿐이다.

시중의 여론은 묘하다. ‘찍을 사람이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는 ‘비호감 대선’ ‘마이너리그’라는 토로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거대 양당 후보에 대한 불안감이 원인이다. 국민은 진보의 도덕성, 보수의 능력에 주목한다. 그동안 양 진영이 활용한 레토릭의 업보다. 그런데 양당 후보 모두 아직 이런 요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는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으로 도덕성 문제가 꼬리표처럼 붙었다. 특정 세력에게 천문학적 수익을 안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기름을 부었다. 이 후보의 거듭된 부인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적지 않다.

윤석열 후보가 가진 ‘전가의 보도’는 권력에 맞선 검사 이미지, 이른바 반문(반문재인)이다. 중도층·MZ세대에게 윤 후보가 가진 이런 상징은 중요치 않다. 이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느냐다. 국민의힘 경선 토론에서 드러난 윤 후보의 능력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전두환 옹호 발언’에서 절정을 보인 거듭된 설화는 그의 현실 인식까지 의심케 했다. 고발사주 의혹에 강골 이미지도 흔들리고 있다.

두 후보에 대한 불안감은 역대급 비호감도로 수치화됐다. 이 후보의 비호감도는 60%, 윤 후보는 56%로 비슷했다.

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이 지난 1~3일 조사해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9~21일 실시한 주요 대선 주자 호감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 후보와 윤 후보를 비호감이라고 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들의 후보 선출 결과에도 이런 여론이 반영됐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50.29%의 누적 득표율로 최종 후보가 됐다. 그런데 마지막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는 1, 2차와 달리 28.3%를 얻는 데 그쳤다. 이 투표에서 같은 당 이낙연 전 대표는 62.37%를 득표했다. 이 후보는 아직 역컨벤션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윤석열 후보도 국민이 아닌 국민의힘 당원이 택한 후보라는 말이 나온다. 국민여론조사와 당원투표가 50%씩 반영되는 이번 경선에서 그가 올린 최종득표율은 47.85%. 2위인 홍준표 의원(41.50%)에 6.35%포인트 차이 승리였다. 그런데 국민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윤 후보는 37.94%로 홍 의원(48.21%)에 무려 10.27%포인트 뒤졌다. 압도적 당심의 지지로 결판이 난 셈이다. 국민의힘 의원 103명 중 당직과 원내직을 맡은 의원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윤 후보를 밀었다.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윤 후보 투표를 독려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민심을 엎은 당심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제1, 2당에서 ‘다른 듯 같은’ 후보의 등장은 시대적 흐름과 무관치 않다. 군부 정권 시즌 1, 2의 시대를 지나 민주화를 거치며 ‘난세’도 막을 내렸다. 엄혹했던 시기를 헤쳐나갈 제왕적 지도자는 3김 시대 정점을 찍었고, 지금은 소멸의 단계다. 난세의 중심에 있지 않았던 두 후보는 ‘너와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후보의 자체 발광이 약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앞으로의 5년을 이끌 누군가를 택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방법은 있다. 후보를 둘러싼 세력·정책에 주목하는 것이다. 10여 년 세월을 두고 진보와 보수정권이 교차했다. 권력을 쥔 세력이 펴는 정책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겪어보지 않았나.

서울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