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가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온라인 가상현실인 메타버스를 활용한 지역 축제를 열었다. 가공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메타버스는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경제활동이 가능한 3차원 가상세계다. 경제나 엔터테인먼트, 교육과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으며 코로나19 사태가 몰고온 비대면 환경의 돌파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초자치단체가 메타버스 축제를 마련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 축제가 주민에게는 자긍심을 높이고 소상공인들에게는 도움을 주며 지역 정체성을 확인하는 행사인 만큼 ‘위드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가 필요하다 하겠다. 하지만 새로운 축제 형식을 시도했다는 데 만족할 수는 없다. 투입한 예산의 효율성을 고려해야 하고, 더 나은 행사를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금정구는 라라라 페스티벌이 접속자 숫자와 콘텐츠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마땅하다. 특히 시스템 구조 탓에 메타버스 운영 기간 전체 접속자나 접속자 추이도 확인할 수 없다니 아쉽다. 접속자 숫자는 차치하더라도 콘텐츠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냉정하게 그 이유를 따져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축제의 보완점 등을 제대로 평가하겠다”는 금정구의회 입장은 당연하다. 구와 구의회가 머리를 맞대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금정구는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축제에 메타버스를 활용했지만 이미 주변에서 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부산시와 부산국제교류재단이 마련하는 제16회 부산세계시민축제는 시민과 세계인으로 범위를 넓혔다. 오는 23일 열리는 이 행사는 메타버스 게더타운에 누리마루APEC하우스를 구현해 축제를 즐기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다음달 17일 개막하는 ‘지스타 2021’의 키워드도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스타 컨퍼런스에서 메타버스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는 물론 시가 진행하거나 부산에서 열리는 많은 행사에서 메타버스가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금정구가 겪은 시행착오가 금정구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여러 사례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종합해 한걸음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축제 형식을 도입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과제가 있다.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금정구의 라라라 페스티벌 메타버스 행사에 참여하려면 스마트폰이나 PC로 접속해야 한다. 이 과정을 어렵게 여기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새로운 재미를 찾아가게 만드는 건 메타버스 축제라는 새 형식을 준비하는 기초자치단체의 몫이다. 콘텐츠를 강화하는 건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변화가 쉽지는 않다. 기존 축제 형식의 변화를 꾀하는 여러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