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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년 지역화폐 예산 삭감, 소상공인 피해 안중에 없나

한시 사업이라도 아직 코로나 와중, 지자체 재정 감안 정부 지원 유지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10-17 19:51:14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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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대폭 축소함에 따라 지역 소상공인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생존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역화폐 예산안은 올해 1조522억 원보다 무려 77.2%나 줄어든 2403억 원에 불과하다. 전국 232곳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화폐 전체 규모를 감안하면 명맥만 남기고 사실상 거의 전액을 삭감한 것이나 다름 없다. 부산참여연대와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등 전국의 관련단체가 성토에 나선 이유다.

지역화폐는 발행액의 10%를 할인하거나 캐시백으로 돌려주기 때문에 이 돈을 정부나 지자체가 부담해야 유지되는 구조다. 정부는 2019년 844억 원, 2020년 6298억 원, 2021년 1조522억 원 등 최근 3년간 2조 원 가까이 지원해왔다. 돈이 지역 내에서 돌게 만들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와 효과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발행액도 3조2000억 원에서 3년만에 20조 원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부산 동백전의 경우 올해 발행액은 1조6000억 원 이상이다. 동구의 이바구페이나 남구의 오륙도페이 등 기초 지자체 차원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 상태에서 정부가 갑자기 지원을 끊어버리면 지자체가 정부 부담분을 전부 떠안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결국 지역화폐 발행액 자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 대가는 지역의 전통시장 식당 슈퍼 커피숍 등 화폐 사용처의 거래 위축으로 나타날 것이다.

지역화폐는 원칙적으로 지자체 예산으로 감당하는 게 맞는 일이기는 하다. 정부도 애초부터 3년 한시 지원책이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자체의 재정 여력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사용자나 지역 상공인의 반발을 의식해 발행 규모를 현행대로 유지하려면 다른 예산에서 끌어오는 수밖에 없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감에 출석해 지역화폐의 소비 진작 효과를 인정했다. 필요성은 있지만 돈은 못 주겠다고 버티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코로나가 2년 가깝게 장기화되면서 애초 이 사업의 명분은 더 강화되고 있는 와중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동백전 사용액의 약 75%는 기존 후불이나 체크카드를 단순 대체한 것이지만 25%는 동백전 자체가 유발시킨 신규 소비 창출이었다. 투입 예산 대비 효과는 배 이상으로 분석됐다. 대기업 쇼핑몰이나 온라인에서 사용할 돈을 지역 내 시장이나 가게에서 쓰게 만든 덕분이다. 정부의 지역화폐 지원 축소 방침이 알려지자 대기업 카드사들이 반색한다는 소식은 지역화폐의 존재가치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오는 12월 국회의 내년도 예산 확정 시한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정부가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고충을 헤아린다면 그 안에라도 축소 방침을 철회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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