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의 부작용 문제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6일 보건복지위원회의 질병관리청 국감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백신 부작용 피해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고 한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백신 부작용의 두려움과 사망 시 국가가 외면하는 모습에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영민 의원은 “억울해 하는 국민을 어떻게 구제할지가 먼저 머리를 맞댈 부분이고, 그 다음 부작용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질병관리청이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너무 좁게 해석하면서 피해 보상 등에 소홀하다는 이야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나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나 유족의 호소는 절박하다. 사망자 유족과 후유증을 얻은 환자 가족들이 정부에 공동대응 하기 위해 협의회를 만든 것도 이런 억울함의 발로다. 이들 피해자는 하나같이 건강했지만 접종 이후 갑작스럽게 사망하거나 중증 후유증을 얻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평소 알 수 없었던 심각하지 않은 기저질환까지 찾아내 인과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버리고는 피해자를 외면하기까지 한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실제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접종 후 발생한 사망 및 중증 신고 1586건(사망 678건, 중증 908건) 중 0.4%인 7건(사망 2건, 중중 5건)만 인과성이 인정됐다.

현실이 이처럼 절박하지만 의학적 지식이 없는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직접적인 의학적 근거만 들먹일 게 아니라, 피해자들의 억울한 심정을 보듬는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마땅하다. 코로나19 백신은 초유의 감염병으로 급박한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심사해 허가를 받았다. 그런만큼 분명히 부작용이 있는데도 아직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모든 부작용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지나치게 현재의 의학적인 기준으로 인과성의 영역을 묶어두고 보상하겠다는 정부의 경직성이 문제인 것이다.

피해자들이 협의회까지 구성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백신 접종과 부작용 간 인과성 입증 책임을 당사자에게 과도하게 부여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 피해자가 제때 치료와 구제를 받게 하자는 취지다. 국가를 믿고 백신을 맞은 국민에 대한 공동체 차원의 피해 보상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피해자들은 접종 후 후유증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신고 시스템이나 진단 체계가 부실해 병을 키운 측면이 크다고 호소한다. 따라서 이를 전담하는 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이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접종률이 높다고 자랑만 할 게 아니라 부작용까지 정부가 완전히 책임진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는 국감장에서의 의원 지적을 정부는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