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적’ 수도권 집중 현상이 마침내 스포츠 분야까지 번졌다. 스포츠 산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프로구단마저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부산을 연고지 삼았던 프로농구단 kt 소닉붐이 올해 상반기 경기도 수원으로 훌쩍 떠난 데 이어 프로야구 구단들도 내년부터 ‘연고지 우선 드래프트제도(1차 지명)’를 폐지키로 해 지역 체육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제도는 구단이 연고지 고교 졸업선수 중 가장 뛰어난 1명을 우선 선택하는 것이다. 이를 폐지한다는 것은 최고 인기 종목인 프로야구까지 ‘탈 지역’의 신호탄을 쐈다는 이야기다. 간신히 버텨온 지역 스포츠 기반이 급속히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다.

10개 프로야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KBO(한국프로야구) 이사회가 연고지 우선 드래프트제를 폐지한 정확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지역 고교팀 별 경쟁력 격차가 커서 형평에 맞지 않다는 구단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표출된 결과인 것은 분명하다. 내년부터 각 구단은 연고지와 무관하게 성적에 따라 순번을 배정받아 선수를 선발하게 된다. 이로써 구단은 보다 합리적인 선수단 운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지만, 지역 중고교 야구팀에는 사형 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프로야구단이 자본의 논리에 충실한 실리를 추구해 ‘가성비’를 얻었다면, 잃는 것은 지역과 열성팬이다. 앞으로는 지역 프랜차이즈 스타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야구도시’ 부산의 팬도 롯데 자이언츠에서 맹활약하는 지역 출신 선수를 보기 힘들어진다. 연고지 1차 지명 선수 출신으로 ‘롯데 레전드’가 됐던 최동원·염종석·박정태·손민한·이대호 같은 선수가 나오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팬들의 팀 충성도가 떨어질 것은 당연하다. 이보다 더 걱정되는 문제는 지역 꿈나무 선수들의 급격한 위축과 이탈이다. 롯데 1차 지명만을 꿈꾸며 달려온 부산의 중·고교 선수들에게 더 이상 동기부여를 할 수 없다. 선수와 학부모 입장에서는 인프라 환경이 우수한 서울로 가지 않고 부산에 남아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탈 부산, 서울행’이 가속화될 것은 뻔한 이치다.

지역 스포츠가 설 자리를 잃으면 지역의 활력과 지역민의 신명도 사그라지게 된다. 비단 야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종목의 수도권 쏠림이 가중되고 있다. 프로야구와 남자프로농구 구단 중 절반이 서울·수도권에 몰려있으니 전국의 꿈나무들도 수도권으로 빨려 든다. 지역 스포츠 위축의 악순환이다. 결국 이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것은 지자체의 관심과 역량에 달렸다. 시민의 화합과 활력 충전을 위해서라도 아마추어 스포츠에 대한 파격적인 투자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KBO 또한 달라져야 한다. 구단과 모기업의 자본논리만 쫓고, 열성 팬과 지역 꿈나무들을 외면한다면 굳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연고지 우선 드래프트제 폐지 방침을 당장 철회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