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매년 ‘청소년 통계’를 발표한다. 청소년과 관련한 지표를 인구 건강 경제활동 여가 사회참여·의식 등의 분야에서 조사하거나 수집한 자료를 모은 통계이다. 통계 자료 중 눈에 띄는 지표가 있는데, 바로 ‘사회참여·의식’에 대한 결과다. 2020년 초·중·고등학생의 무려 87.3%가 “청소년도 사회·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사회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2020년 청소년 종합실태조사(여성가족부)’에 따르면 14~19세 청소년들은 ‘청소년 관련 문제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제시함(교칙 제정 등)’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청소년 정책이나 수립 과정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제시함’ ‘인터넷 의견 제시, 집회 참여, 단체 가입 등으로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참여함’ 등 3가지 문항에 각각 2.3%, 1.6%, 1.9%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했다. 가끔 참여하는 비율을 더하더라도 그 비율이 전체의 15%를 넘지 않는 반면,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의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평균 50%가 넘는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답변과는 상반된 결과이다. 이 간극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인디고 서원에서 활동하는 51명의 14~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청소년들은 그 간극에 ‘혼자 하기 민망해서’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볼까 봐’ ‘참여 방법을 몰라서’ 등을 이유로 꼽았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회참여 시도는 감소하는데 ‘시간이 자꾸만 줄어드는 느낌이라 초조하고 조급해지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나 혐오 문화,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심각한 것을 알지만, 눈앞의 ‘수능’과 ‘대입’에서 느끼는 압박을 무시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종일 앉아서 강의를 듣고 문제집을 풀어도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사회 참여는 청소년에게 사치일 뿐이다.

실제 다수 청소년에게 입시 준비 외에 다른 시간이 없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는 학생들은 편의점에서 요기하거나, 잠을 자지 않기 위해 카페인이 많이 든 음료를 마신다. 그 탓에 위장병에 시달려 끼니마다 약을 챙겨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불현듯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청각이 예민한 돌고래들이 수족관 모터 돌아가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고 대부분이 위장병을 앓아 먹이에 약을 넣어 준다는 다큐멘터리의 장면이었다. 좁은 수족관에 갇혀 시름시름 앓는 돌고래와, 수능이라는 시간에 말뚝을 박고 오직 그 시간에 매여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운명은 같아 보인다.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고 생의 기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청소년의 마음속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는 사실이다. 청소년이 관심이 없어서, 능력이 부족해서, 이기적이라서, 게임이나 유튜브만 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의 마음에 있는 이상적인 사회를 펼쳐낼 기회가 그들에게 주어진다면, 불필요한 경쟁에서 해방돼 자유롭게 살아갈 시간이 그들에게 주어진다면, 미래는 반드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지난달 20일(미국 현지 시각) 제76차 UN총회 특별행사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 모멘트’에서 BTS가 전 세계 젊은 세대를 대표해 연설했다. 그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변화에 겁먹지 않고 가능성과 희망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웰컴 제너레이션’이라고 말했다. 또,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청소년의 움직임을 이끄는 그레타 툰베리는 같은 달 28일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청소년 기후정상회의에서 “희망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고, 웅얼거림이 아니다. 희망은 진실을 말하고, 행동을 취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고 말했다.

세계의 모든 청소년들을 대신해 이들이 말하듯,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청소년들이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희망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에 참여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청소년 모두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인디고잉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