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업계에 탈탄소화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초대형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는 최근 현대중공업에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대량 발주했다. 이를 두고 많은 선사들은 미래 대체연료에 대해 혼돈스러워 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 선사가 벙커 또는 LNG 추진선을 발주하는데 왜 머스크는 메탄올 추진선을 발주했을까? 메탄올 추진선이 과연 미래 친환경 선박 시장의 대세가 되는 것인가?
이번 머스크의 메탄올 추진선 발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간 메탄올은 저탄소연료 추진선의 연료 중 한 가지 옵션이며, 메탄올을 실어 나르는 메탄올 운반선에 한정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금번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과 같이 메탄올로 추진하는 시스템을 일반상선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급될 연료인 그린메탄올의 충분한 생산과 공급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린메탄올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 수소와 CO₂를 원료로 하여 제조한 에너지원이다.

초대형 선사인 머스크는 그린메탄올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고, 그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규모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었다. 또 머스크가 위치한 유럽은 폐자원을 활용하거나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이들 연료를 제조하기 위한 플랜트가 다수 구축 중이며, 그린메탄올과 같은 연료 생산 설비에 머스크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머스크가 앞으로 발주하는 선박을 이중연료선박으로 발주하겠다고 했을 뿐 모두 메탄올 추진선으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머스크가 발간한 2020 지속가능 보고서에도 메탄올을 포함한 암모니아 바이오디젤 리그닌(Lignin) 4개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으로 선대 개편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향후 암모니아 추진선 기술 개발 상황, 저탄소 연료가격, 국제규제 동향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가며 최적의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메탄올은 분명 몇 년 내 암모니아와 미래 저탄소 선박 연료로 경쟁할 것이다. 메탄올은 암모니아에 비해 공급망이 제한되어 있지만 연료로 운송하는 조건이 적은 부피를 필요로 하는 등 더 쉽고, 안전하다. 반면 암모니아는 엔진 개발까지 풀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남아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운항 경제성 측면에서는 유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 기술성숙도가 완전하지 않은 현재는 두 연료 모두 경쟁력 있는 미래 저탄소 선박 연료로 점쳐진다.

탈탄소화 시대로의 전환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글로벌 주도권의 향방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사들에게는 무한한 기회의 장이 열려 있기도 하다. 비록 일류(Top Tier)들의 규모의 경제나 대규모 투자는 부족할지라도 협업할 수 있는 세계 1위의 조선업이 있고 언제든 기술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국적선급인 한국선급도 있다. 이 무한한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각 산업 간의 협업과 유연성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한국선급 기술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