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부산항 북항 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에게 현황 설명을 들으며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한 지원을 약속하고 북항 재개발 지역을 부지로 해서 추진하고 있는 2030년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지원 약속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는 가덕신공항 예정지로 이동, 역시 현장에서 현황 설명을 듣고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한 지원을 약속한다.

장면 2. 북항 재개발 현장과 가덕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본 뒤 기자들에게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의 중요성, 국가균형발전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위에 소개한 두 장면이 무엇인지 누구나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주요 대선 예비후보들이 최근 부산 방문에서 대부분 통과의례처럼 거치는 모습이다. 대선예비후보들만이 아니라 주요 정당 대표들까지 거의 판박이로 위의 장면들을 보여준다. 그런데 별 감흥이 없다. 왜 그럴까?

이 장면들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지난 총선에서도, 지방선거에서도, 대선에서도 비슷한, 거의 똑같은 장면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갑작스러운 해양수산부의 감사로 인한 북항 재개발 1단계 지역의 트램 및 공공콘텐츠 사업에 대한 혼선과 논란, 가덕 신공항과 관련해 아예 반대하거나 김해공항 존치 여부 등에 대한 정치권 일부의 문제 제기는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다음 정부를 책임 질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들의 지원 약속을 폄하하거나 도외시 할 필요는 없다. 적극적으로 약속하고 실천하게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과거 대선 때도 내용의 강도나 표현 방식에 일정한 차이는 있지만 대동소이한 약속을 해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그 약속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일쑤였다. 그래서 곧이곧대로 믿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북항 재개발이나 가덕 신공항 건설은 단지 부산지역에 항만 재개발을 하고 새로운 공항 하나 건설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북항 재개발을 통해 부산신항을 중심으로 항만 기능을 재편하고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국제 관문권역을 창출하며, 가덕신공항 건설을 통해 24시간 공항 운영을 바탕으로 국제 관문공항으로 발돋움하려는 국가적 의제이자 과제이다. 지금 우리는 유례없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심화되는 지역 격차와 수도권 일극중심 발전체계로 발생하는 주택 환경 교통 재난 저출생 고령화 등의 문제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의 급격한 증가라는 국가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도권에 대응하는 동남권 벨트를 형성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도 바로 그런 국가운영 전략과 연계되어 있으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 공간 전략인 것이다. 이런 국가적 차원의 전망과 정책방향이 확고해야만 단지 17개 시·도 지역 중 하나인 부산의 지역 공약 차원으로 되풀이하는 수준을 벗어날 수 있다.

지역 과제들에 대한 지원 약속은 비단 부산만이 아니라 방문하는 지역들마다 다르지 않다. 대선주자들은 지금과 같은 예비후보 시절부터 각 지역을 순회 방문하면서 그 지역의 주요 과제와 관련한 현장을 방문하고 지원을 약속한다. 여느 때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공약들 중에는 지역끼리, 특히 비수도권 지역끼리 충돌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국제금융도시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후보가 지역마다 큰 규모의 과제에 대한 생색내기 식 약속을 남발하는 것은 균형발전이 아니라 반균형발전이다. 이는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가 일방적, 수직적 자원 배분을 통해 지역정책을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수도권 집중의 폐해와 국가적 위기를 자초해온 방식이다. 이제 지역 정책은 주요 거점 지역 및 개별 거점 지역과 주변 지역의 기능적인 연계성 강화를 기반으로 하는 메가시티 전략(권역적 특화 발전) 등을 통한 지역주도형 균형발전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균형발전은 지방분권과 동반자일 수밖에 없다. 입법권 재정권 조직권 주민참여권 등 지역주도형 균형발전을 기획,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지역이 가져야 한다. 대선예비후보들에게 묻는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대한 총체적인 철학과 전망, 정책방향과 주요 내용은 무엇입니까?’ 여기에 답 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북항 재개발, 가덕신공항,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2030월드엑스포 부산유치 등의 지원 약속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질 것이다.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