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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진짜 뉴스 보상법’은 없나요 /윤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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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봉투만 보면 노이로제가 걸릴 거 같다.” 몇 달전 ‘노랑봉투’를 받아 든 기자의 책상 옆을 지나치며 편집국장이 던진 말이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정정보도 요청문을 보내는데, 그 봉투의 색깔이 연노랑색이다. 편집국장이 사회부장을 할 때 정정보도 요청을 너무 많아 받아서 노랑봉투만 봐도 기겁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노랑봉투를 받는 것은 데스크로서는 성가시고 피곤한 일이다. 신청인의 정정보도 요구서를 읽고 취재 경위와 보도의 당위성 등을 답변서 형식으로 써 내는데, 정정보도를 요청한 대목에 대해 고의나 중과실은 물론 사소한 부주의조차 없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기사량의 몇 배 분량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정보도 요청은 때론 억지스러울 때도 있어서 쟁점을 다투기가 더 어렵다. 기사의 본질에서 벗어난 지엽적 사실 관계를 문제 삼거나, 신청인의 일방적 주장을 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장황하게 ‘노랑봉투’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언론 환경은 이미 위축돼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노랑봉투 외에도 사흘 걸러 오는 항의 전화도 솔직히 피하고 싶다. 이미 언론사와 일선 기자도 골치 아픈 문제는 회피하는 분위기다.

언론의 사회 고발적 기능은 이미 반쯤 재갈이 물려진 상황이다. ‘반대하면 적폐’라는 프레임처럼, 특정 진영을 비판하는 기사에는 정치권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어김없이 가짜뉴스라는 태그가 붙는다.

언론중재위와 민사소송이라는 피해 구제 제도가 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가짜뉴스 손해배상법(언론중재법)’을 꺼내 들었다. 오보의 고의나 중과실이 인정되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언론 개혁을 내세우며 입법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반대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보수 성향 매체를 압박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견이 맞선다.

법이 통과되면 보수 성향 매체든, 친여 성향 매체든 ‘악의’가 스며든 기사는 상당 부분 필터링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살아있는 권력이나 거대 자본 등 강자에 대한 의혹 제기는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발 기사는 합리적인 의혹 제기에서 출발한다. 이후 내부 고발과 추가 취재가 이어지면서 의혹은 그 실체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권력과 자본이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방패를 꺼내 들면 의혹 제기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언론사가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보도 초기부터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진짜뉴스 보상법’을 입법할 계획은 없는가. 의혹을 부인한 정부와 정치권, 대기업 등에 대해 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징벌적’ 보상책임을 지게하자는 것이다.

상습적으로 가짜뉴스와 의도가 범벅된 기사를 생산하는 매체는 외면받거나 퇴출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 대기업 등은 거짓 정보를 발신하고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 그래서인지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서면 일단 모르쇠나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가의 보도처럼 가짜뉴스 프레임을 끄집어 내 반박한다. 무관용 법적 대응과 함께.

후속 보도로 의혹이 실체를 드러내면 그제서야 ‘행정 착오’나 ‘단순 실수’로 퉁치거나 ‘눈물의 회견’으로 물타기를 한다. 조국 전 장관 딸의 표창장 위조,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논란 등 나라를 뒤흔든 의혹에 대해 당사자들은 의혹을 극구 부인했지만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고무줄 백신 수급으로 국민을 희망고문한 정부 역시 책임 있는 사과조차 없다.

민주사회의 핵심 가치인 알권리와 진짜뉴스를 위해 언론은 사명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정제된 정책과 언행을 펼쳐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엄중한 책무다.

사회 1부 부장 yjk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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