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시황은 영원한 삶, 불로장생을 꿈꿨다. 하지만 신비의 불로초를 구하지 못했고, 49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현대의 우리는 불로초는 찾지 못했지만 의학 기술의 발달로 100세 시대를 맞았다.

영원불멸까지는 아니라도 무병장수하고 싶다는 게 인간의 기본 욕망이다. 우리 사회는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준비가 돼있을까.

이달 말이면 부산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기게 돼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14%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부산의 초고령화 사회 진입은 서울을 포함한 7개 특별·광역시 중 처음으로 우리나라 전체 초고령화 사회 진입시기보다 5년이나 빠르다. 전문가들은 2050년께 우리나라 고령화 비율은 일본(37.7%)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노인인구가 증가하면 관련 사회적 비용이 늘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1년 부산시 전체 예산의 6.1%(4231억 원)였던 노인복지 예산은 지난해 13.6%(1조7103억 원)로 배이상 늘었다.

노인세대를 지원할 청년 세대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84명(2020년)으로 역대 최저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다. 앞으로 고령화, 저출산 문제로 우리 사회가 겪을 위기는 심각하다. 이미 우리 경제는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6년 전 부산이 고령화사회에 진입할 당시 현실적인 노인복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노인복지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와 부산시는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시간만 흐르면서 부산은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도시가 됐다.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는 이제 우리의 현실이 됐다. 서둘러 초고령화 시대에 맞게 정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 육아보조금 지급, 육아 휴직 같은 단편적인 정책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 청년들이 왜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을 피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과 함께 AI혁명을 활용하여 고령화 시대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은 대부분 60세가 정년이지만 앞으로는 일하는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인들 스스로도 자신이 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부분 더 일하고 싶어한다. 물론 일자리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정년 연장’ 논란은 정년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다. 생산직 노조가 현행 60세인 정년을 64세로 늘려달라고 요구하자 사측은 거부했다. 젊은 세대위주인 사무직 노조도 이를 반대해 결국 숙련 재고용 제도가 절충안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활동인구가 줄면서 숙련 노동자와 여성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 노동 환경을 노령화에 맞춰 첨단화하고 AI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공무원·군인·국민·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적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4대 공적연금 정부 부담이 지난해 7조3902억 원에서 2025년 10조4381억 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수치는 눈덩이처럼 더 커질 것이다. 특히 공무원연금제도를 둘러싸고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늘어나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아무 대책 없이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또한 인구가 감소하면서 과연 내가 국민연금을 수령할 나이가 됐을 때 기대 연금 수령액만큼 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다.

정부와 지자체가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한 노인이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신체적, 정신적 특성에 맞게 복지정책을 세워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노후 준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 노인전문가들은 자기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오래오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고 한다. 일하고 싶어하는 노인에게는 숙련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부모세대를 부양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자녀양육과 함께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늘어난 수명이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

편집국 부국장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