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계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해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가계경제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특히 이번 발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소득 수준에 따른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소득 수준에 따라 가계를 5등분 했을 때, 하위 20%인 1분위의 소득은 6.3% 감소한 데 이어 2~4분위의 가계소득도 모두 감소한 반면, 상위 20%인 5분위의 소득은1.4% 증가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기업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지난해 국세청에 신고된 법인의 총수는 83만여 개인데, 이 가운데 36.6%인 30만 개 이상이 이익을 내지 못한 적자 법인이며, 흑자 기업 중에서 상위 2%가 전체 법인 소득의 약 80%를 차지했다. IT 가전 온라인유통업 등 소위 코로나 수혜 업종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외식 여행업 등의 부진은 지속되고 있어 코로나로 인한 업종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지역별로도 조선과 중공업 등 중후장대 산업이 중심인 부울경 지역과 반도체 등 IT산업이 중심인 수도권 간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한편으로 교통 인프라와 IT 기술 발전에 따른필연적인 현상이 아닌가 싶다.도로의 확대 및 자동차 보급률 증가 등 교통 인프라의 발전은 지역 간 물류 경계를 허물고, 소비자의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과거에는 술을 마실 때 마을 사람들은 동네 양조장에서 생산된 막걸리를 사다 마시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교통 인프라의 미비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막걸리는 유통되지 않았고, 다른 지역으로 막걸리를 사러 가기도 어려웠다. 대부분의 마을 양조장은 독과점 지위 속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도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그러나 도로와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지역 간 물류 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다른 마을에서 생산된 막걸리가 전국 어느 곳에서나 판매되고,나아가 해상 및 항공물류의 발전으로 해외에서 생산된 와인 및 위스키가 대량으로 수입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수많은 소규모 양조장들은 명맥을 유지하지 못한 채 사라졌으며, 소수의 대형 양조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게 되었다.
급속도록 발전하고 있는 IT 기술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하는 또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 소비자들은 TV 라디오 신문 등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해서만 정보를 접했는데, 이를 통해 전달받는 정보의 양과 접근성은 제한적이었다. 많은 비용을 투입해 TV 또는 신문광고를 해야만 소비자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었다.그러나 현대의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지역의 맛집 및 제품 가격을 비교하는 등 수많은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확인하고있다. 과거에는 정보 부족과 비대칭으로 가격이 비싸거나 품질이 떨어져도 판매할 수 있었으나, 이제 더 이상 그런 요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충분한 정보를 확보한 현명한 소비자들은 평점과 가성비가 높은 제품과 서비스에만 지갑을 열고있다.
이와 같이 현재의 부익부 빈익빈 시대에서는 특정산업에서의 부가가치가 소수의 상위 업체에게 집중되고, 대다수 업체들은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치열한 생존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금의 시기는 소규모 신생 업체에게 무한한 성장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백화점이나 마트와 같은 대형 오프라인 유통매장에 입점해야만 했고, 이는 소규모 업체에게는 커다란 진입장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블로그 유튜브 SNS 등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타깃 구매층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을 통해 국내외 수많은 소비자와 연결되어 있어 쉽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음식점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식당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찾아오는 손님만을 대상으로 음식을 판매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배달서비스와 밀키트(Meal Kit) 등을 활용해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고객군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부익부 빈익빈 시대에 인지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이다. 그 핵심은 차별화이다. 제품의 디자인 품질 가격 등에서 경쟁 제품과 대비되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하며, 음식의 맛과 분위기는 물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고객에게 차별화된 만족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본연의 경쟁력 위에 차별화된 스토리가 더해진다면, 현명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내 전통 제조업은 원자재를 포함한 물가 상승과 해상 운임의 폭등 그리고 노동력 부족 등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제품과 서비스 차별화를 통하여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면 위기 극복과 함께 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디프로매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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