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발발 직후 글로벌 해양레저산업은 불황기에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지금은 그 손실을 메우고 더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미국 등 많은 국가는 실내 방역 규제를 강화했고, 오랜 시간 자택격리가 시행되면서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과 레저활동에 대한 열망은 커졌다. 해양레저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전 세계 7300만 명이 운동 활동을 기록하는 SNS인 스트라바(Strava)에는 카누 카약 세일링 서핑 등의 해양 스포츠 활동이 코로나 19 이전 대비 2배 증가했다.

세계해양레저산업협회(ICOMIA)와 미국해양제조업협회( NMMA)에 따르면 초보자용 서핑보드부터 고가의 슈퍼요트에 이르기까지 해양레저산업이 크게 성장하는 한해였다. 특히 북미지역은 신조 보트 수요가 급증해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레저보트는 감염으로부터 안전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합한 여가활동이라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수요가 급증했다. 엔진, 선박용품을 제조하며 레저보트 시장점유율 1위인 브런즈윅(Brunswick)은 2021년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해양 GPS 기기 제조업체 가민(Garmin)은 매출 급감 등 심각한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시가총액이 최저점 대비 100% 이상 상승할 정도로 코로나 19가 해양레저산업의 성장세에 가속도를 붙였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19 이후 단체 활동과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해양레저산업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동력수상레저기구를 조종할 수 있는 조종면허 취득자 수도 매년 2만 명을 넘어 현재 누적 취득자 수가 25만 명에 달하며, 최근에는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층이 해양레저에 눈을 돌리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 식전 행사로 열린 한강 윈드서핑 퍼레이드를 통해 일반인들의 관심이 쏠리며 국내 해양레저 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정확한 개념이 정립된 지는 불과 15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간 해양레저를 즐기는 국내 인구는 급격히 늘었고 이에 맞춰 정부 부처와 중소조선연구원도 지난 10여 년간 해양레저 기구 관련 기업을 지원하며 산업 생태계의 기반을 마련했다. ‘20ft~40ft급 세일링요트 엔지니어링 통합관리 및 핵심부품 생산기술개발’‘자전거·해양레저장비산업육성사업’을 통해 해양레저장비의 국산화 기술개발을 지원했으며, ‘지역연고산업육성-수상레저기구 산업 거점화 및 성장지원 사업’을 통해서 부산의 해양레저산업 인프라를 육성하기도 했다.

해양레저산업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친환경 전환은 더디기만 하다. 고마력의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레저보트는 대형선박보다 단위 출력당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고 탑승객도 매연의 불편함을 호소하지만, 소형선박이라 현재는 국제해사기구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최근 부산 국제보트쇼 및 국내·외 보트쇼에서는 전기를 주 추진시스템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해양레저산업도 조선산업의 핵심기술 개발 추세에 맞춰가고자 하는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대형 레저보트에 적용하기엔 이른 단계지만, 소형 보트부터 적용하며 환경친화적인 선박 및 기자재를 제조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환경 규제는 점차 강화될 것이고 친환경 전환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므로 해양레저산업도 늦기 전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대형선박의 친환경 연료 추진 전환 연구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어 적용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레저선박과 어선과 같은 소형선박에 대한 전기 추진시스템 연구는 미비했다. 이에 정부도 친환경 에너지 절감형 하이브리드 어선 개발을 시작했으며 중소조선연구원이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통해 수행하고 있다. 연비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 건조기술이 확보되면 침체된 국내 중소조선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해양레저 선박·기자재 제품의 인지도는 미국, 유럽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을 갖춘 해양레저 제품이 개발된다면 해외에서 호응을 얻을 것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해양레저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능동적인 기회를 모색할 시점이다.

중소조선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