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계급·성별에 따라 정부에 대한 태도가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현정부에 대한 태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념·계급·성적 차이를 넘어 현정부에 대해 모든 이들이 불만을 표하는 부분이 있다. 부동산 문제다. 무주택자와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들은 너무 올라버린 아파트 가격 때문에, 주거를 목적으로 1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재산세 때문에, 다주택자·부유층은 종부세·양도세 때문에 정부를 불신한다. 이 모든 불만의 근저에는 지불 불가능하게 오르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있다.

그런데 OECD와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기초한 블룸버그통신 주택버블지수 비교에 따르면 자료가 획득 가능한 23개 국가 중 한국은 주택버블지수 19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23위, 실질주택가격 상승률 16위를 나타낸다.

주택가격 상승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맞선 여러 국가들의 경기 부양 정책, 유동성 완화 정책의 결과다. 다만 한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 변화에 대한 정치·사회적 민감성이 매우 높다는 특징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주택가격 지수 폭등이 진보적인 정권으로 통하는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과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20년 동안 전년 동월 대비 주택가격지수 변동 폭이 가장 높았던 시점이 2006년 5월과 2020년 5월이다.

두 정부 모두 주택가격 상승은 가수요, 투기적 수요에 따른 것이고 수요 억제를 통해 가격 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그 결과 대출 규제, 보유세 강화 등 다양한 투기 억제 정책이 실행되었다. 그러나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 억제 정책은 ‘기대 수요’를 심화시켜 가격 폭등을 촉진했다. 현 정부는 2020년 8.4대책, 2021년 2.4대책 등을 발표하며 공급확대 정책으로 선회했지만 아파트 공급의 비탄력성으로 인해 가격 상승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

2019년 국토연구원 박천규 박사 등은 주택시장 변동성을 2009~2018년 평균 이하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40만 호 이상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야 하며 주택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수준이 되려면 56만 호는 공급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의 유동성 완화 국면에서 주택 수요의 선호 체계(아파트 선호)를 고려하면 공급의 지속 없이 가격 안정을 달성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다. 수요억제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공급이 충분히 이뤄져도 수요 억제까지 병행돼야만 주택시장 안정화는 가능하다. 갭투자와 같은 투기 수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주택시장이 어렵고 서민의 주거 비용은 상승하는 문제도 있다. 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공급 위주의 시장 정책도 한계는 뚜렷하다.

공급을 통한 주택시장 가격 안정, 무주택자 및 청년·신혼부부 주거 안정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정부가 ‘분양하지 않는 공공임대주택’을 대중교통이 접근 가능한 도심에 장기간 지속해서 공급하는 것이다. 향후 10년간 공공임대주택을 매년 20만 호씩 공급한다면 주택시장에서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우리나라 총주택 중 20%(366만 호)에 이른다. 주택공급량 증가로 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임대료를 지불 가능한 수준에서 유지하면 시장의 임대료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지속 가능한 주거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계층적으로 복합적이고 적정 임대료를 통해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해야 한다. 시민 가운데는 공공임대주택을 저소득층 거주지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현재의 임대료는 너무 낮기 때문에 아파트 유지관리를 위해 추가적인 재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은 하위 80% 계층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며 임대료는 현행 시중 임대료의 30% 수준에서 50~70% 올려야 한다. 임대료는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부과하면 저소득층도 지불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공급 확대는 주택시장 안정, 저소득층·청년층·신혼부부의 주거권 실현, 출산율 하락 저지, 건설업 일자리 만들기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다. 주택시장에서의 국가의 역능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경남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