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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중국 백신 북한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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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백신이 국제사회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시노백 시노팜 등 중국산 백신을 맞은 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인도네시아에선 지난달부터 지난 7일까지 131명의 보건의료인이 코로나에 걸려 사망했는데, 대부분 시노백 백신을 접종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은 이에 따라 시노백을 맞은 147만 명의 보건의료인에 대한 모더나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결정했다. 태국과 터키 보건당국도 시노백을 접종한 보건의료인 등에 대한 화이자 백신 부스터샷을 각각 승인했다.

싱가포르 보건당국은 아예 시노백을 맞은 사람은 접종자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자국에서 공식적으로 접종하는 백신이 아닌 데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충분한 자료가 없다는 까닭에서다. 코로나 검사를 면제해주는 모임 참석자에서도 시노백 접종자는 제외했다. 중국과 혈맹 관계인 북한마저 중국산 백신을 불신한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부작용을 우려해 받길 꺼린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제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가 지난 3월 북한에 199만2000회 분의 백신을 배정하고, 이 중 170만4000회 분을 지난 5월까지 공급키로 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은 상태다.

국제사회의 주류와 달리 우리 정부는 중국산 백신을 인정한다. 이달부터 중국에서 중국산 백신을 맞고 방한하는 사람에 대해 자가격리를 면제한 것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를 두고 “한국이 중국산 백신을 신뢰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백신을 맞고 중국에 가는 사람은 3주간 격리해야 한다. 상호주의를 저버린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미중 경쟁구도 속에서 외교적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온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한 방역 완화를 빌미로 우리나라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방역과 정치는 분리해야 한다. 한중 경제교류나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고 대중 방역을 완화하는 정치적 고려를 방역에 앞세워선 안 된다. 싱가포르가 세계 처음으로 봉쇄 해제 및 일상 복귀를 단행키로 한 힘은 방역과 정치의 철저한 분리에서 기인한다. 싱가포르의 사회지도층은 다수가 중국계이지만, 중국산 백신 배제 조치에서 보듯 방역과 관련해선 원칙을 고수한다. 그게 우리나라와 싱가포르의 차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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