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가 구의회와 함께 어제 부활 30주년을 맞았다. 시의회는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전쟁의 포연이 가득했던 1952년 ‘경상남도 부산시의회’로 출범했으나 1961년 군사 정부에 의해 해산됐다. 1991년 7월 8일 다시 개원하기까지 30년이 걸렸다. 시의회가 부활하고 4년 뒤엔 지방자치의 또다른 기둥인 민선 지방정부도 되살아났다. 이렇게 지방자치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된 것이다. 국제신문은 시의회,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한국지방정부학회,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등과 함께 토론회를 열고 의미를 새겼다.

부산시의회는 그동안 비수도권 광역시의회로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고비마다 주도적인 역할을 나름 해왔다. 중앙정부가 지역을 외면하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거나 혜택을 강화할 때면 다른 시도의회와 연대해 대응하고, 가덕신공항 2030부산엑스포 북항재개발 등 현안에 대해서도 부산시와 힘을 보탰다. 3400여 건에 달하는 조례 발의 등 본연의 임무는 물론이고 행정사무감사, 시정 질문, 5분 발언 등을 통해 각종 시책에 견제구를 날리고 대안을 제시하는데도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런 시의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의원 개개인의 존재감 편차가 너무 크다. 행정감사나 5분 발언에서 엉뚱한 말을 하거나 비속어가 튀어나와 수준을 의심케 하는 일이 적잖이 벌어졌다. 견제와 감시는커녕 오히려 집행부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한다. 성비위나 공무원 갑질 등 자질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자리 다툼을 벌이다가도 문제가 불거지면 제 식구 감싸기 구태는 여전했다. 7대까지 현 야당이 장악하다 8대에서 다수당이 바뀌었지만 시장과 같은 정당일 땐 칼날이 무디고 다른 정당일 땐 발목을 잡는 행태도 반복됐다. 매번 시민단체가 모니터링을 하지만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지방자치와 국토균형발전은 역대 정부 대대로 화두였다.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특별법, 이명박 정부의 지방분권촉진특별법, 박근혜 정부의 지방행정개편특별법 등이 맥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가 애초 연방국가 수준의 분권을 약속했으나 기대치엔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쪽에 그친 자치경찰제, 공약에 미달한 재정분권 수준 등이 그렇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지방자치는 이제 뒤로 물러서거나 포기할 수 없는 시대의 가치다.

내년부터 지방자치 2.0의 시대가 열린다. 작년 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역할과 권한이 한층 늘어난다. 지자체든 의회든 30살이면 이제 완전한 성인이다. 진정한 자치분권을 위해 중앙정부에 요구할 건 요구하면서 스스로 충분한 역량과 자질을 갖추었는지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시기다. 특히 지방분권이 지상과제인 상황에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