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은 1998년 ‘세상엔 없는 사랑’으로 데뷔한 사이버 가수다. ‘바람 되어 너의 머리 결을 흩어놓고 날 알려도 / 너는 그냥 스쳐 지나는 바람인줄로만 알지 / 그게 나였는데…’란 가사는 사랑하는 여성을 위한 노래로 관심을 모았다. 아담은 건장한 20세 남성이라지만 요즘 눈으로 보면 어색한 모습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나 사람 같은 감성을 뽐낸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아담은 ‘불쾌한 골짜기’를 넘으려는 중요한 시도일 수 있다.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사람다움을 느낄 수 없다면 오히려 불쾌감을 더한다는 그 유명한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아담의 후예들이 극복하고 있다.

지난 1일 SNS에 ‘두근두근 공중파 첫 데뷔!’를 알린 로지가 대표적인 예다. 로지는 한 보험사 TV 광고에 등장한 춤 잘 추는 모델이다. 로지는 사람이 아닌 가상인간이다. 이국적인 외모에 화려한 춤 솜씨를 자랑하는 로지는 22세 인플루언서, SNS에서 활동하는 유명인이다. 로지를 향한 반응이 뜨겁다. “춤이 너무 멋있다”거나 “사람인줄 알았더니 가상인간이어서 더욱 놀랍다”는 반응이다. 새 출발하는 보험사로선 제대로 모델을 세워 성공한 셈이다. 로지의 성이 오라니 ‘오로지 열풍’이다.

그 바탕엔 가상인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MZ세대가 있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 로지 얼굴도 MZ세대가 선호하는 얼굴형이라고 한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건 3차원 가상세계라는 메타버스의 일상화다.

로지에겐 선배가 많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인 ‘네온’과 ‘래아’를 우선 꼽을 수 있다. 2020년 선보인 네온에 이은 2021년 래아는 ‘미래에서 온 아이’란 콘셉트로 눈길을 끌었다. 서울에서 지내는 23세 여성으로, 음악을 만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라고 했으니 로지에겐 둘도 없는 길동무인 셈이다.

가상인간은 컴퓨터로 만드는 만큼 아프지도 늙지도 않으니 모델로는 그만이라고 한다. ‘릴 미켈라’란 가상인간은 한해 130억 원을 벌어들일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지 싶다. 지난 1월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의 성희롱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인간과 가까워질수록 인간의 윤리가 필요하다. 가상인간을 만드는 우리가 명심해야 할 일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