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차츰 안정되어 가는 것일까, 문화예술계 다양한 영역에서 조심스럽게 공연, 전시 등의 행사들이 하나둘 열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방역지침 정도는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빠르고 편리한 방역 방법들을 창조하여 익숙하게 활용하고 있다.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되었고 빨간 신호등 앞에서 멈추는 것처럼 어색함은 없다. 이렇게 새로운 규칙들과 함께 코로나 이전 평온한 일상의 시간을 기다리던 중, 재미있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한 보복소비라는 단어가 여러 기사에서 종종 보인다. ‘코로나 이후 폭발적인 보복소비’, ‘유통가 보복소비 불붙나’ 등등. 심지어 2021년 2월 백화점 판매가 25년 만에 전월 대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도 있었다. 공연계는 지난 5월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0%가 넘게 상승했다고 한다. 상반기 부산에서도 대규모 전시 행사들이 있었고 미술시장에서는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최근 한국미술 생존 작가 중 최고의 경매가를 기록한 화가는 그의 미술관이 부산시립미술관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 바로 그 작가이다.
미술작품을 향한 보복소비는 각종 아트페어, 미술품 경매시장, 온라인 아트마켓 등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가히 폭발적인 확산이다. 미술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새로운 소비층인 MZ세대는 시장의 다양화에 기여하는 점이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들은 각종 온라인 미술시장을 유영하며 작품을 소비한다. 공연계, 미술계 할 것 없이 온라인 플랫폼 구축과 세련된 활용을 위해 많은 연구와 투자를 하고 있고 상당한 기술발전과 함께 온라인의 역할이 확대되었다. 코로나가 가져온 순기능인가. 여하튼 미술시장은 코로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플랫폼의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아주 짧은 시간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고액의 미술작품을 공동구매 하기 까지. 미술작품은 감상을 통한 예술적 문화양식으로 소유하며 소비하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생각을 넘어 새로이 등장한 밀레니얼 컬렉터의 미술작품 소비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수익을 향한 순수한 자본주의적 접근이기도 하다. 세계 미술시장에서도 이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지난해 가장 많이 작품을 구매한 밀레니얼 세대 콜렉터는 평균 2억 5000만 원 이상 미술작품을 사는데 썼다는 보고서도 있다. 정보수집 능력이 뛰어나고 개성과 자기취향이 분명한 밀레니얼 세대들의 장점이 미술시장을 다변화 하여 다양한 선택의 확장을 가져오기도 한다. 메이저 미술작품 경매에서 아트토이라는 이름으로 장난감 피규어가 출품되기도 하고.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것으로만 생각되던 미술품 수집이 이 신세대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 그리 무겁지 않아서 좋다. 예술작품에 있어서 저 멀리서 빛나던 아우라의 상실은 거의 100년 전에 목성을 닮았다고 철학자가 말했었다. 손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소비되는 예술의 시대이다.
아트테크라는 단어는 그리 낯설지 않다. 2006년, 2007년 미술시장 호황기에 여기저기서 미술작품에 투자하라며 아트펀드도 만들어 운용하였고 ‘김과장 전시장 가는 날’이라는 전시제목으로 지금도 아트페어를 개최하고 있다. 미술작품에 투자해서 수익도 내고 김과장님 월급으로 맘에 드는 작품도 소유해서 감상도 하면서 재테크도 겸하는 일석이조는 예전에도 늘 해오던 이야기다. 그 후 2008년 이후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미술시장은 위축되기 시작했고 크게 흔들리며 침체되었다.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이 급속히 냉각하면서 전시는 연기되거나 취소되기도 하였다. 미술 시장이 자본에 의존하는 폐단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아트테크가 회자되는 것을 보니 자본주의 시장경기는 주기가 있으며 미술작품이 세제혜택을 동반하는 훌륭한 교환재임은 분명한 것 같다.
예술작품을 소비한다는 것이 투자에 대한 높은 수익의 성공과 반대의 실패로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할 필요는 없지만 신중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미술작품 앞에서 ‘이 작품 얼마나 오를까요?’ 라는 질문을 당차게 하는 무례는 없었으면 한다. 특히 우리 동네 작가 작품 앞에서 주의해야 할 예의.
올아트 22C 문화기획 대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