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하 산림위원회(COFO)는 한국의 산림정책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위원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의 ㏊당 ‘임목축적’(林木蓄積)은 50㎥에서 148㎥로 196% 늘었다. ㏊당 임목축적 증가량 분야에서는 98㎥로 슬로베니아(116㎥)와 폴란드(102㎥)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임목축적이 늘어났다는 것은 해당 국가에 심어진 나무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국제기구의 이 같은 평가는 단기간 내에 산림녹화를 이뤄낸 우리나라의 노력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1970년대 이전까지 나무가 거의 심어지지 않는 민둥산이 지천이었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후부터 시작된 산림녹화사업을 통해 2017년 우리나라의 나무 총량은 9억7360㎥로 1952년보다 27배나 많아졌다. ‘신선한 나라 조선, 1901년’이라는 책에서 “남산 꼭대기에서 한양을 내려다보면 헐벗은 산림으로 암담하고 황폐한 모습”이라고 쓴 독일 기자 지그프리트 겐테가 지금 우리나라를 다시 찾는다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할 듯하다.
근데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산림정책이 최근 논쟁의 대상이 됐다. 정부가 지난해 말 ‘2050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산림관리를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이어 산림청장은 지난 1월 ‘2050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벌기령’(베기가 허용되는 수목의 나이)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수령 30년 이상의 ‘늙은 나무’ 3억 그루를 제거한 뒤 그 자리에 탄소 흡수량이 높은 어린 나무 30억 그루를 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산림청은 이런 산림관리를 통해 2050년까지 3400만 ｔ의 탄소를 빨아들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림청의 전략에는 수익성이 없는 나무를 없애는 대신 지역 특성에 맞는 경제림을 조성해 산림정책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과거 산림녹화사업 때는 수목 식재량 실적에만 치중하다 보니 경제성이 그다지 없는 나무들이 심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숲은 울창해졌으나 그 당시 식재된 나무들은 벌목 후 목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별다른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산림청의 논리다.
반면 학계나 환경단체 등에서는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탄소중립을 내세운 벌목 확대 정책’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산림청이 솎아베기 대신 추진하는 ‘모두베기’(일명 싹쓸이 베기)는 수종과 생태환경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지적한다. 또 모두베기 방식은 산사태 피해의 원인이 되며 수목 제거 후 조림비용의 국가 지원으로 인해 의도적인 벌목이 증가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와 함께 탄소흡수량이 떨어지는 나무의 연령대에 대해서는 임업 선진국에서도 논란이 많은 사안인데 이를 아무런 검증 없이 우리나라 수목에 적응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산림의 67%가 사유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0억 그루 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망한다. 국유림에서는 정부가 벌기령이 지난 수목을 베어낸 뒤 어린 나무를 심을 수 있지만 사유림에서는 이를 강요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산림청이 결국 현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의 총대를 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은 당황스럽다. 탄소중립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산림분야에서의 정부 정책이 학계나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무분별한 벌목으로 이어진다면 쉬이 받아들이기 힘든 까닭이다. 민둥산이 울창한 숲으로 바뀌었던 과정을 기억하는 사람 처지에서는 그동안 애써 이뤄낸 산림녹화가 허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을 할 만도 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문제가 확산되자 정부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벌목 계획 등을 다시 살펴볼 ‘탄소흡수 전략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의했고 산림청은 이를 수용했다. 첫 회의는 지난 24일 열렸다. 학계와 임업 및 환경단체,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관계자들은 쟁점 사안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를 하기로 합의했다. 산림청은 이 자리에서 2050년까지의 탄소 흡수량 목표 수정 등 이전에 수립했던 주요 전략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국무조정실도 탄소중립 계획 수립에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거듭 천명했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국민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으면 그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논란이 예상됐다면 정부는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발표를 해야 했다. 산림관리를 통한 탄소중립 계획에 부정적 목소리가 많아지는 이유를 흘려 들어서는 안된다.
세종팀장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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