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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누군가의 죽음 /차동욱

  • 차동욱 동아대 의학과 재학생
  •  |   입력 : 2021-06-22 19:36:3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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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를 다니다 보면 세상과 단절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의학과의 빡빡한 공부량에 치이다 보면,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신경을 쓰기가 부담스러워진다. 그럴수록 ‘내가 이곳에만 갇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점점 무지해지고 무감각해지는 것은 아닐까, 종국에는 내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떠오른다.

우려하던 대로 언론이 최근 다룬 내 또래의 죽음 중에서 한 죽음을 모른 채 지나갈 뻔했다. 최근 크게 다뤄진 내 또래의 죽음은 둘이 있는데, 하나는 한강에서 있었던 22세 의대생 손정민 군의 사망이고, 다른 하나는 평택항에서 있었던 23세 이선호 군의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사망이다. 그중 내가 알지 못한 채 지나칠 뻔했던 죽음은 후자, 즉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고 이선호 군의 사망이다.

처음에는 같은 의대생인 고 손정민 군의 뉴스에 주로 마음이 쓰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와 나는 의대를 다닌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손 군과 함께 같은 대학 의대를 다니던 내 친구들(즉 손 군과 나의 공통 지인들)이 SNS를 통해 손 군의 소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들은 손 군의 실종을 언론보다도 먼저 SNS를 통해 알렸고, 추후 사실이 언론에 발표될 때에 이미 나는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뉴스에 비춰지던 그와 그의 아버지의 모습에 나와 내 부모님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이선호 군의 소식은 나와는 먼 이야기인 것처럼 보였다. 당시에는 곧 있을 전공 시험을 준비하는 데에 신경이 쓰였고, 그의 소식이 안타깝기는 해도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솔직한 심정으로 내게는 뉴스로 한 번 보고 흘려보낼 내용이었다. 그러던 차에 SNS에서 나의 고향 동네 친구들이 그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을 보았다. 알고 보니 이 군은 내 본가(경기 평택)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내 동네 친구들의 고등학교 후배였던 것이다. 남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 내 주변의 이야기가 됐다.

그렇게 되자 그에게 일어난 일에 마음이 쓰였다. 또한 그 전에는 흘려보냈을 산업재해에 관한 뉴스에도 눈길이 갔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산재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평균 2.4명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다. 산업재해가 왜 일어나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산재의 위험에 노출된 수많은 사람들의 삶으로부터 내가 고립돼, 그들을 모른 채 살아갔을 것이다. 그럴 가능성에서 나를 끄집어내준, 그리고 고 이선호 군의 사연을 알게끔 해준 나의 친구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은 사람들 간의 단절과 고립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시대라고 한다. 무엇보다 확증편향과 분극화(polarization)가 인터넷을 매개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바다처럼 넓다면 그곳에는 심해도 있을 것이고, 그곳에 고립되는 일부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유유상종하기가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인터넷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곳이 아니라 본인과 비슷한 사람을 많이 만나며 자신들의 아집을 공고히 하는 곳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멍하니 쓰다 보면 사용자가 원하는 것만을 위주로 보여주어 확증편향을 가속하는 서비스도 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서비스가 그렇다.

괜한 걱정인가 하면서도 사상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극단적인 정치 세력이 지지를 받게 될까 두렵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해 무지해지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함을 넘어, 끝내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 할까 두렵다.

그럼에도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결과 연대는 계속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때일수록 더더욱. 고 이선호 군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무지와 무관심의 희생자들이다. 그게 나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내가 될 수도 있다.

차동욱 동아대 의학과 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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