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 식사 중이시네요. / 어 삼촌 왔어요? 식사는요? / 아 예. 좀 있다 하면 됩니다. / 아니 안 드셨으면 같이 먹읍시다. / 아니 괜찮습니다. / 아이고 마.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되는데. 김 양아 빨리 밥 한 공기 하고 수저 하나 갖고 온나.”

대략 20년 전 파출 수납하기 위해 거래처를 방문하면 흔히 일어나는 오후의 풍경이다. 저축은행으로 오가는 시간을 절약하고 현장에서 예금을 받고 대출도 상환하는 편리를 도모하고자 시행했던 영업 방식이다. 매일 만나다 보니 가족보다도 더 가까운 이웃사촌이었다. 그러다가 또 다른 이웃이 방문하면 금융상품도 소개했다. 지금으로 보면 MGM마케팅이고, 네트워크마케팅이다. 좀더 지나면서 속속들이 사정을 알게 됐다. 여러 가지 개인 및 기업정보뿐만 아니라 성향 가치관 등 비재무적인 부분까지도. 이는 여러 가지 여수신 거래에 반영돼 업무 처리에 도움이 됐다.

이제는 그런 개인 경험 및 정보가 여러 채널로 부지불식간 더욱 심화돼, CRM이라는 고객관계 관리의 회사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데이터가 경쟁력이 될 만큼 빠르게 변화했다.

얼마 전에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환경에 어려움이 많다”는 기사를 접했다. 실제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번에 주문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듯하다. 하물며 금융권의 비대면 시스템은 스스로 접속해 이용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최근 서민의 금융환경 또한 세상의 흐름 못지 않게 빠르게 변했다. 0.1%포인트 이상의 우대이자를 더 받으려면 비대면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많은 사람이 이용을 잘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도 상당수다. 대출은 어떠한가? 한때 케이블TV만 틀 면 나오던 게 대출 광고였다. 멜로디가 중독성이 있어 어린이까지도 따라 불렀다. 이제는 거의 사라졌지만 소상공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대출 통로였다. 정부의 햇살론, 사잇돌 같은 포용 정책금융으로 제도권에 흡수했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중금리 시장에 손을 벌린다. 그것 또한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작년 중금리 대출잔액이 10.3조 원으로 전년보다 5.7조 원이 증가했다고 한다. A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이자수익이 26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했다. 이 저축은행은 국내 최고의 디지털 핀테크를 기반으로 차별화 금융을 한다고 홍보한다.

지금 우리는 비대면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면 예금이자에서도 차별받고, 대출도 쉽게 받을 수 없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더군다나 오는 10월이면 금융위가 은행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에서 금리를 비교해 저금리대출로 갈아 탈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출시한다.

이렇듯 현재 금융업권 전반적으로 디지털금융 강화에 따른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고 있어 비대면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필자가 걱정하는 부분이 기우였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불편하다. 아니 아직은 불편한지 모를 수도 있다. 대신 남들과 다른 이점은 누리지 못한다. 이점이 뭔지를 모르니 그냥 기존 방식으로 할 뿐이다.

지금은 ‘100세 시대’라고 한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있기에 시대 흐름에 적응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교육이 있겠나만은 그중 하나가 금융교육이다. 지금 많은 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의 추진 하에 ‘1사1교’를 통해 학생들에게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소외된 소상공인과 사회적 약자의 IT 금융 재교육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배움에는 끝이 없는 모양이다. 오늘도 평생공부라는 말이 귓전을 때린다.

정재연 IBK저축은행 서면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