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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페르시아어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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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 최고의 철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오마르 하이얌(1048~1121)은 편당 4행으로 이뤄진 ‘루바이’라는 민요풍 시를 1000편 이상 남겼다.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인생은 짧으니 지금 즐겨라’이다. 자칫 페르시아 세계에 갇힐 뻔했던 그의 작품이 서방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영국의 시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1809~1883) 덕분이다. 그는 마흔 넘어 익힌 페르시아어 실력으로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라는 영역본 시집을 펴냈다. 특이한 건 원작의 주제를 최대한 살리면서 일부는 줄이고 떼붙인 창의적 번역이다. 마침 19세기 산업화 이면에 감춰졌던 세기말적 허무주의 풍조와 결합해 시집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소설 음악 그림 영화 등 전 영역에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됐다. 루바이야트는 엄연히 페르시아 문학임에도 영문학의 정전인 노튼영문학선집에 실려 아예 영미문학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한국인이 박경리의 소설 ‘토지’와 함께 외국에 가장 알리고 싶어하는 문학작품이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라고 한다. 실제로 ‘진달래꽃’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등 여러 언어로 소개된 바 있다. 그런데 이달초 페르시아어(이란어)로도 옮겨져 이란 문학전문출판사에서 출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번역은 테헤란대와 인하대에서 각각 공부하는 한국인과 이란 학생이 맡았다. 페르시아어로 된 ‘진달래꽃’을 접한 현지 언론은 “부드러운 감성과 기쁨의 소리, 음악적 선율이 넘쳐난다”고 호평했다.

학창시절 영문학 수업시간에 담당 교수님이 시조 한편을 읊었다. 수탉이 우는 이른 새벽 나그네들이 주막 앞에 모여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어서 문을 열라고 재촉하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루바이야트를 한국식 운율을 살려 재번역한 것이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정확한 시구를 잊어버렸지만 당시 느꼈던 전율은 생생하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에 담긴 정조(情調)가 외국어로 바뀌었을 때 뭘 잃게 될 지는 짐작 가능하다. 하지만 현지 문화와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 위에 어떤 해석을 가하느냐에 따라 시어는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다. 루바이야트가 시조로 재창조 되었듯이 말이다.

피츠제럴드 덕분에 11세기 페르시아와 19세기 영국이 만났듯 20세기 초 식민지시대를 산 한국인의 한이 한 세기를 넘어 이란 독자들에겐 어떤 정서로 다가갈까 궁금하다. 어쩌면 K팝의 한국어 가사 덕분에 이미 그들은 한국의 시적 감성에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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