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자연 감소로 전국 시구군 중 소멸위험지역이 105개에 이른다. 지역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부산은 2001년 이후 순유입인구가 순유출인구보다 많았던 적이 없을 정도로 탈부산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타이틀도 곧 내어줄 처지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지방 소멸은 먼 이야기, 남의 일이 아니다. 영도도 예외일 수는 없다. 40년이 넘도록 영도에 살면서 조선소에서 들려오는 깡깡이 소리가 이토록 잦아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동네 아이들 웃음소리 역시 이렇게 사라진 적도 없었다.

그럼 지방이 발전하기 위해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다양한 인프라 구축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역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있어 그 원동력을 ‘문화력(文化力)’에서 찾고 있다. 문화는 인간의 삶과 의식에 밀접히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 전파되는 파급력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가 발휘하는 효과나 작용이 다른 분야에 미치는 힘을 말하는 문화력은 지역 발전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2019년 12월 영도는 대한민국 제1차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어 문화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문화도시는 지역의 특징적인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도시 브랜드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체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영도는 ‘잇다(connect)’를 키워드로, 사람 자연 역사를 문화로 연결해 주민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미고자 한다.

도로를 넓히고 건물을 올리는 기존 사업처럼 행정이 타율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주민 스스로 자율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방식이기에 주민의 ‘참여’와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도문화도시 브랜드 구축 주민 공모전, 문화도시 포럼 주간 운영 등을 통해 주민과 함께 차근차근 배워서 행정에까지 미치게 하는 ‘하학상달(下學上達)’의 자세로 영도의 문화력을 높이고자 한다.

문화도시·문화력을 키우기 위한 지자체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면서 최근 진행한 ‘영도 문화도시 연결 포럼’은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지자체의 역할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다양한 계층·세대와 소통하며 주민이 문화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시장 가는 길에 잠시, 놀이터를 가다가 갑자기, 출근길에 급하게,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지자체의 역할인 것이다.

문화도시 사업이 완료되면 주민 모두에게 연결된 문화의 힘이 영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힘으로 남게 될 것이다. 생활 속에서 주민 누구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품격 있는 문화도시, 그 문화의 힘을 통해 스스로 발전하는 영도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김철훈 부산 영도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