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부산시는 ‘행정기구 설치 및 정원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주된 내용은 ‘산학창업국’을 신설해 산학창업국의 하위 과제로 ‘청년정책’을 배치한다는 것으로, 산학창업국의 이름처럼 제1과제로 청년정책이 아닌 ‘대학 및 산학협력’을 설정했습니다. 청년기본법의 시행으로, 청년정책이 본격화 될 것을 기대하고 있는 이때, 부산시는 왜 퇴행하는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인지, 도대체 사회가 청년을 바라보는 ‘관념적 틀’은 어떻게 해야 바꿔낼 수 있는 것인지, 당혹스럽고 갑갑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입법 예고가 올라온 바로 다음 날 주변의 청년들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내뱉는 한 마디는 ‘또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청년 문제 해결에 있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일자리 문제가 청년 문제보다 우선될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청년들이 부산시의 이와 같은 일방적인 움직임에 반대를 표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우선 순위가 바뀌는 순간, 청년은 존재가 아닌 ‘숫자’로 치환됨을 경험했기 때문이고, 지난 20년 간 반복된 기업 유치, 산학 협력, 창업이라는 해법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청년정책의 주요 파트너를 ‘기업과 대학’으로 설정했던 지난 시간 속 청년의 삶은 통계로 표현됐고, 그 시간이 쌓여 지금 청년의 현실을 만들었습니다. 언제부터 청년정책이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했는지, ‘도시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청년정책’이라 적힌 시 공식 보도자료 내용을 보며 더욱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청년들은 교육에서 산업 현장으로 오랜 이행기를 겪어내는 것을 넘어, 상시적인 이행기를 겪고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진로를 모색하며 구직을 준비하는 청년, 취업을 했지만 여전히 진로를 모색하는 청년이 상당수입니다. 지난 시간 청년들의 삶 속에 쌓인 위험에 부산시와 지역사회는 어떻게 인지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대학생 구직자 취업자’로 구분해 청년 삶이 위험해지는 동안 대학 기업 행정은 청년의 간절한 바람을 속절없이 흘려보내며 청년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습니다. 쌓인 위험은 청년의 내면 깊이, 강한 생채기를 냈습니다. 그 누구도 안전한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곁에 머물러 주지 않았습니다.

‘청년의 현실은 변했는데 교육·산업 현장은 왜 그대로일 수밖에 없는지’, ‘코로나19 시대에 대학을 먹여 살린 것은 청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청년 내면 깊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스스로 솔직하고 냉철하게 돌아보길 바랍니다.

산학창업국 산하의 청년정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요? 산학, 창업에 포함되지 않는, 대안적 삶의 형태를 꿈꾸는 제 동료들의 삶은 어떻게 존중받을 수 있을까요?

혹자는 ‘청년정책과가 다루게 될 내용은 변함이 없다. 바뀌는 것은 산학창업국 산하에 대학·산학 협력 다음에 청년정책이 위치하게 되는 것일 뿐이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청년이 우려하는 것은 ‘대학·산학 협력, 창업’이 앞으로 부산 청년의 삶 전체를 포괄하는 현실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그동안 청년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언제나 같았습니다. “청년을 숫자로 보지 않고, 살아있는 ‘존재’로 마주하길.” “‘청년’ 그 자체로 오롯이 존중받을 수 있길.” 일자리 정책이 있고, 창업 정책이 있고, 산학협력정책이 있는 것처럼, 청년정책도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기를 말입니다. 청년정책은 일자리, 창업, 산학협력정책 중에서도 우선 순위에 있어야 할 독자 범주이지, 하위 범주일 수는 없습니다. 더불어 청년정책의 주요 파트너는 산업이 아닌 ‘청년’이어야 합니다.

이번 사안에 부산의 청년은 청년이라는 단어 앞에 소외감을 느낄 청년을 지키기 위해, 청년정책의 후퇴를 막기 위해 ‘청년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알리는 청년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지난달 31일 목소리를 냈습니다. “우리는 청년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는 부산에서 살고 싶습니다.”

정서원 부산시청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