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마자 집에 초대할 친구 명단을 뽑아 놓고는 신이 났습니다. “엄마! 이제 친구들 데려와도 되겠다.” 아이는“오~예” 폴짝폴짝 뛰기까지 하며 좋아합니다. “그리 좋나?”라는 엄마의 물음에 “그럼 좋지! 좋고 말고!”라고 대답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엄마는 기쁘면서도 미안함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이사 오기 전까지 벌레, 쥐가 나오고,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환경에서 자라게 해서 엄마는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릅니다. 부모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늘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사를 온 후 막내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화장실 문을 열어 봅니다.

아이의 누나는 이제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동생, 엄마가 온라인 수업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사 온 이 집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는데 이사 오자마자 하는 등교 수업이 아쉽기도 합니다. 이 아이의 장래 희망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입니다. 구독자가 꽤나 된다고 합니다. 변변한 유튜브 장비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얼마 전 필자는 이 집을 방문해 이 가족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사연을 듣고 유튜브 장비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초록우산어린이 재단의 장학 제도인 아이리더로 선발해 이 아이가 대학을 갈 때까지 매월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단지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꿈이 꺾이지 않게 말입니다. 다른 초록우산 아이리더 장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성인이 될 때까지 멘토로서 지속해서 응원할 것입니다.

가족 간의 사랑으로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가정은 최저 주거 수준 미달로 서로를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가 오면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져 곳곳에 물받이를 받쳐놓아야 하고 냄새가 나며 벌레도 나왔습니다. 이런 날이면 가족은 가까이 있는 것이 불편하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짜증을 냅니다. 그래서 아이는 비가 오면 집이 더 싫고 무서웠습니다.

앞서 소개한 이 가정들은 부산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의 도움으로 이사를 하고 보수공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가족의 웃음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부산그린노블클럽은 열악한 주거환경에 살고 있는 주거 빈곤 아동들의 최저 주거 기준에 맞춘 주거환경 개선을 최우선 어젠다로 잡아서 아동과 가족의 심리 정서적 건강한 삶을 도모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지원 내용으로는 보증금지원, 월세 지원, 주거환경 개·보수, 이사비, 필수 가구 및 가전 구입, 기타 비용 등입니다. 작년에는 부산그린노블클럽과 기업 후원으로 27호의 주거 빈곤 가정에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1년에 두 번은 그린노블클럽과 일반인들이 동참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통한 지원금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부산그린노블클럽 회원들과 온택트 200만 보 등산 기부 이벤트를 개최하여 걸음 수에 따른 매칭 기부금 2050만 원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5월 22일에는 필자가 운영하는 건강프로젝트에서 온택트 100만 보 달리기 이벤트를 개최하여 달린 걸음에 따른 매칭 기부금 1030만 원을 모았습니다. 이날에는 특히 필자 경영의 경성리츠가 시행·시공한 아파트에서 운영하는 헬스클럽의 동호회 회원들이 이 행사의 취지를 뒤늦게 알고 한 걸음에 달려와서 뜻 깊은 후원금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부산시 최저 주거 기준 미달 아동은 4만7246명이며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에서 사는 아동 수는 3248명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벌레, 쥐가 나오고, 재래식 화장실에 여름에는 찜통, 겨울엔 추위에 떨어야 하는 집에서 삽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곳에 살았기 때문에 이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필자는 아이의 첫돌 때부터 아이 이름으로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에 매월 일정액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아이들이 지금, 그리고 성인이 돼 더 책임감을 가지고 그런 마음을 행동으로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면서 말입니다. 우리는 기본적인 의식주인 물질적 기반이 동반되지 않으면 행복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경우를 많이 봅니다. 특히 가족이 생활하는 집은 가족 안정감과 행복 가장 근본이 됩니다. 따라서 공정하고 발전된 사회의 최우선 복지 과제는 소외받고 차별받는 아이들에게 이런 주거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빠른 행동으로 소외받는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더 집다운 집에서 생활하고 우리 미래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경성리츠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