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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사법원 유치에 수도권 사활, 부산 정치권 뭐하나

선택·집중, 균형발전에도 어긋나…지역 당정·여야가 한마음 대처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5-16 19:36:3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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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거나 잘할 수 있는 곳에 힘을 실어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른 곳에 같은 지원을 해 지역의 특수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익히 알고 있는 ‘선택과 집중의 논리’다. 그런데 상식 중 상식이 된 이 논리가 우리 현실에선 유명무실하다. 수도권 중심주의에 이르면 상식을 뒤엎는 역설은 두드러진다. 해사법원 설립을 둘러싼 수도권의 ‘숟가락 얹기’ 논란이 대표적이다.

해사법원 설립을 처음 추진한 건 부산이다. 2011년 부산지방변호사회가 관련 용역을 발주하면서다. 전국 해양수산 기관·단체·기업의 70%와 대형 해운선사의 해무·선원·선박 관리 부문이 부산에 있는데도 해사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전문법원이 없어 애로를 겪고 있다. 해사법원이 있는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소송을 진행하느라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법률비용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대법원 사법정책분과위원회는 그동안 해사법원 설립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다수 위원이 해사법원의 필요성을 표명하자, 인천에 이어 바다가 없는 서울까지 해사법원 유치에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지난 2월 국제 무역분쟁 사건을 전담하는 ‘해사국제상사법원’을 서울에 두고, 부산·인천·광주에 지원을 설치하자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잘하는 곳에 힘을 보태주기는커녕 더 자라지 못하도록 활동을 막고 억누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사법원 부산설립 범시민추진협의회와 부산변호사회가 지난 13일 “해사법원까지 지역간 유치 경쟁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선 건 그래서다. “지난 10년간 부산에서 추진해온 해사법원 설립과 관련해 수도권 지자체가 뒤늦게 유치에 뛰어든 건 ‘남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얹기’”라는 얘기다. 이에 못지 않게 안타까운 건 부산 정치권과 부산시의 소극적 태도다. 지난해 6월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이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공청회를 개최한 것 외에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을 시민사회가 대신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부산시가 발주한다던 ‘해사법원 부산 설립 타당성 용역’은 아직도 발주되지 않았다.

지역 당정의 이런 행태는 박형준 시장을 보좌하는 ‘부산미래혁신위원회’의 출범 당시 모습과 사뭇 다르다. 혁신위는 “(시정의) 핵심 비전은 부산을 동북아시아의 싱가포르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는 상하이 홍콩 등과 함께 물동량 처리에서 세계 수위를 다투는 항만이다. 싱가포르가 그리 된 건 해사법무 해양금융 등 해양물류와 관련한 서비스를 완비하고 있어서다. 부산을 동북아시아의 싱가포르로 만들려면 그에 상응하는 토털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해사법원의 부산 유치에 당정과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하는 까닭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최대 현안인 국가균형발전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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