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산과 서울에 이어 제3 금융중심지를 추가 지정하기 위한 공식 검토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9년 전북을 대상으로 거론되다 여건이 성숙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다시 부활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설명회를 갖고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이번 용역에는 ‘전주 등 제3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타당성 검토’라는 목적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부산과 서울도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금융도시 기능을 다른 곳에 분산시킴으로써 정부가 당초 목적했던 글로벌 금융허브 구상이 오히려 더 실현 불가능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2년 전 제3 금융중심지 검토를 중단할 당시 ‘여건이 갖춰지면 언제든지 다시 논의한다’는 꼬리표가 붙기는 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전북은 인프라가 부족하고 특화 모델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곳을 기반으로 둔 정치인들이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기대감을 심어줬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앞다퉈 금융도시 조성을 공약했다. 금융위는 이번 용역 발주와 관련 “국회에서 용역비를 책정했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답했다. 결국 제3 금융중심지 재검토가 정치인들의 입김 때문임을 인정한 것이다.

부산과 서울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지 올해로 13년째다. 그러나 동북아 금융허브는 근처에도 아직 못 갔다. 부산은 더하다. 금융중심도시의 핵심지표라 할 수 있는 해외 금융기관 유치 실적은 여전히 저조하다. 국내 민간 금융기관조차 부산에 본사를 옮긴 사례가 없다. 국책금융기관의 추가 이전도 현재로선 기미가 없다. 부산 말고 서울에 대체거래소를 별도 설립하려는 움직임은 기회만 있으면 꿈틀거린다. 서울이라고 상황이 썩 좋은 것도 아니다. 외국계 금융회사 점포수는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달 영국계 조사업체가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서울이 16위, 부산은 36위에 그쳤다. 싱가포르나 홍콩을 따라가려면 선택과 집중으로도 부족한데 정부는 자꾸 흩어버릴 생각만 한다.

지역민 입장에서는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금융도시 추가 지정을 얼마든지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국가 전체를 봐야 한다. 지역별로 나름의 장점을 살려 특화 분야를 만들어놨는데 아무 전략도 없이 찔끔찔끔 나누다 보면 결국은 나라가 손해를 본다. 외국금융사와 국내 민간금융사의 본사 유치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금융중심지가 직면한 가장 실현 가능성 높고 효과 좋은 대안은 국책금융기관의 완전한 이전이다. 지금은 잠시 수면 아래 잠겨 있는 이 문제가 다시 부상하기만 하면 치열하게 지역간 경쟁이 벌어질 게 분명하다. 부산시는 금융도시 위상을 한단계 높여 서울 뿐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를 능가할 방안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금처럼 계속 정체 상태면 타이틀을 빼앗기는 건 시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