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어시장의 지배구조를 바꿔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겠다는 공영화 논의가 물거품이 되었다니 실망스럽다. 1963년 개장해 반세기 넘게 국내 수산물 위판의 30%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공동어시장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열악한 작업 환경과 후진적인 위생시설 개선이 발등의 불이기도 하다. 그래서 2013년 공영화 논의가 나왔다. 부산시가 공동어시장 공영화를 전제로 현대화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시작되었으니 8년 동안 곡절을 겪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이 때문에 시는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으며, 공동어시장 대주주인 5개 수협(조합공동법인)은 무슨 이유로 원점회귀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동어시장 대주주인 5개 수협은 공영화 대신 자신들이 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시에 보냈다고 한다. 이는 시가 5개 수협에 제시한 청산비용인 1207억 원 지급 방식에 반대하면서 예견된 바 있으나 공문으로 확인되었으니 돌이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 5개 수협 주장의 요지는 청산비용을 받고 조합공동법인을 해산한 뒤 시가 주인 역할을 하며 현대화 사업을 하는 방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뒤집어서 말하면 자신들이 계속 주인 노릇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공동어시장 선진화의 디딤돌이 될 현대화 사업이고 정부나 시의 지원에 동의했기에 진행됐던 논의다.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 ‘대한민국 수산 1번지’라는 명성을 유지한 노력을 고려하더라도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 아닌지 돌아봐야 마땅하다.

시의 고민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백번 양보해 주주들 결정을 수용하더라도 이처럼 민간 개발 방식으로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 국비 지원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민영도매시장 개설에 국비가 70% 지원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화 사업비 1729억 원의 분담률인 국비 70% 시비 20% 자부담 10%는 공영화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는 현대화 사업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민선 7기 시정에서 호기롭게 ‘공동어시장 공영화 및 현대화 사업 업무협약’까지 체결한 시로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민간 개발 방식이든 공영화 방식이든 시민의 관심은 현대화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어서 공동어시장이 세계 어디 내놔도 자랑할 만한 시설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와 공동어시장은 “안전한 먹거리 확보와 유통구조 혁신을 위해 필수적인 논의가 8년 만에 도돌이표가 되었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현대화 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초점을 맞춘 논의 구조를 시급하게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방침에 따른 수산물 소비 위축이나 연근해 어자원 고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낡은 시설을 두고 힘겨루기 하는 듯한 모양새에 시민이 등을 돌릴 판이다. 현재 여건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