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우리나라 불교계로선 매우 뜻 깊은 해였다. 부처님오신날인 음력 ‘4월 초파일’ 전후 열리는 전통 불교행사 연등회(燃燈會·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정식 등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된 연등행사를 열지도 못한 마당이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연등회는 원래 ‘4월 초파일’이 아니라 정월 대보름에 열린 행사였다. 최초 기록은 ‘삼국사기’의 ‘신라 경문왕 편’에 나온다. “6년 봄 정월 15일에 임금이 경주 황룡사에 행차해 연등을 관람하고, 백관들을 위한 잔치를 베풀었다”고 했다. 이 해가 866년이다. 고려시대 초기에도 여전히 정월 대보름에 열렸다. 태조가 ‘훈요 10조’ 중 6조에 “연등회와 팔관회를 소홀히 하지 말라”고 이른 후 실제로 정월 대보름에 열리는 상원연등회(上元燃燈會)를 국가 차원의 불교행사로 법제화했다. 이로써 모든 백성이 참여하게 됐다.

지나친 사치와 비용 부담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6대 왕인 성종은 982년 즉위하자마자 연등회를 폐지해버렸다. 자신이 유교적 성향인 까닭도 있지만, 거란의 침입에 맞선 상황에서 사치와 향락을 부추기는 연등회를 없애고 국방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1010년 현종이 즉위하면서 연등회는 부활하고, 1167년 의종 21년에 와서는 마침내 ‘4월 초파일’에도 열게 됐다. 숭유억불 정책을 편 조선시대에는 태종 15년인 1415년 4월 초파일 연등회를 금지했지만, 이미 풍속화 된 터라 민간의 일까지 막지는 못했다.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도 연등회는 현재까지 면면히 이어졌다.

오늘날 국내에서 일반 시민과 함께 대대적인 연등행사를 벌이는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부산이다. 부산불교연합회 주관으로 열리는 부산연등축제. 그 중 백미가 시민이 참여하는 ‘연등행렬’로, 일대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를 무산시켰다. 연합회는 연등행렬을 취소하는 대신 다음 달 1일 오후 7시 송상현광장에서 점등식은 연다고 밝혔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허나 등에 불을 밝히는 태초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겠다. 그 의미란 바로 ‘번뇌와 무명으로 가득 찬 세상에 빛을 주어 중생들이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것, 자신의 몸을 태워 빛을 내는 등과 같이 희생과 봉사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라는 것’ 아니겠는가. 이는 곧 단 하루도 꺼트리지 말아야 할 ‘마음의 등불’ 아니겠는가.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