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해결해야 할 굵직굵직한 현안이 불거지고 있다. 부산의 미래가 걸린 중대사안으로 평가되는 사업들이 공회전하고 있는 셈이다. 1년여 시장 공백 기간의 부작용에다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은 공약 실천에 소극적이고 박 시장을 도와줘야 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주요 현안이 급격히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박형준표 시정의 색깔을 좌우할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미래혁신위가 미래 현안 점검보다는 보여주기식 과제 제시에만 몰두한다는 비판까지 들린다. 박 시장 임기는 1년2개월 남짓이다. 시간이 최대 난제라면 득표율 62.67%라는 시민 지원은 최대 무기일 수 있다. 얽힌 실타래를 풀듯 발휘해야 할 박 시장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해양수산부 자체 감사로 좌초 위기에 빠진 북항 1단계 재개발 공공콘텐츠 사업이나 제4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 초안에서 제외된 경부선 지하화 프로젝트, 2030엑스포 북항 유치의 핵심인 미군 55보급창의 부산신항 이전 난항 등 최근 삐걱거리는 주요 현안은 하나같이 만만한 일이 없다. 여기에다 민주당이 절대다수인 부산시의회가 100여 개에 달하는 장기 표류사업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경제 활성화를 견인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상황이다. 우선 순위를 정하고, 여당인 민주당과 협조할 일에는 허심탄회하게 힘을 합치며, 정부를 설득하는 데 온 시정의 역량을 다해야 마땅하다. 박 시장이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실현하느냐이다.

북항 공공콘텐츠 사업의 감사 대상인 북항통합개발추진단은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해수부 장관 시절 구성했다. 경부선 지하화 역시 전직 오거돈 시장의 선거 공약이자 민주당이 약속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던 사안이다. 북항 공공콘텐츠 사업에 대해선 최인호 의원이 해수부 관계자와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나서고, 경부선 지하화의 경우 지역균형뉴딜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다. 선거에서 패한 여당이 얼마나 정성을 들여 챙길 수 있을지 미지수인 것이 사실이다. 선거 공약이고 부산 현안이라면 민주당도 박 시장에게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내년 이맘때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지 않나.

“협치와 통합의 정신을 발휘하겠다”는 건 박 시장 취임 일성이다. 그는 또 “부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혁신의 파동을 시민 여러분이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박 시장과 박 시장을 보좌하는 시청 간부들, 그리고 국민의힘부터 달라진 모습으로 협치와 혁신을 실천해야 마땅하다. 미래혁신위가 더 고민해야 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각자의 입장이 아니라 부산을 우선으로 놓고 현안에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그럴 때 민주당과의 협치도 앞당겨지고 정부를 설득하는 일도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다. 박 시장이 맨 앞자리에서 이를 이끌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