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색은 홍채 속 멜라닌 색소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투명한 각막을 통해 들여다보이는 홍채에 멜라닌 양이 적으면 눈 색은 푸르다. 피부색이 흰 백인들은 홍채에도 멜라닌 색소의 양이 적어 눈 색이 푸르다.

	그림= 서상균 기자

푸른 눈은 내 최초의 가출 경험과 관계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는 친구의 가출에 동행했다. 토성동에서 출발하여 수 킬로미터를 걸어 마침내 남부민동에 있는 영화관에 도착했다. 그 영화관에서 우리는 ‘파란 눈의 며느리’를 관람했다. 서양며느리를 가족으로 맞는 과정을 그린 가족 코미디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자 친구와 나는 가출을 접기로 했다.

홍채에 멜라닌 양이 많으면 갈색 눈을 가진다. 피부가 갈색인 동양인들의 눈은 갈색이다. 코니 프란시스, 로즈마리 클루니 등이 불렀던 ‘아름다운 갈색 눈동자’는 포크송 시대의 인기곡이었다. 더 이상 푸른 눈을 사랑하지 않겠다는 가사가 포함된 이 노래 한 곡 때문에 갈색 눈은 가장 아름다운 눈이 됐다.

눈은 색 외에 빛도 가진다. 우리는 흔히 눈이 표현하는 그 무엇을 묘사하기 위해 눈빛이라는 단어를 쓴다. 눈이 영혼을 감지할 수 있는 유일한 장기라 여겨지는 이유는 눈빛 때문이다. 문학과 노래에서 눈은 ‘마음의 창’ ‘영혼의 창’으로 불린다. 웃음을 가장할 수는 있으나 눈빛을 위장할 수는 없다. 상대방의 진심을 보려면 그의 미소를 보지 말고 눈빛을 보아야 한다.

멜라닌의 양으로 설명할 수 있는 눈 색과는 달리 눈빛은 과학적 설명이 불가능하다. 눈 색은 과학의 영역이지만 눈빛은 인문학의 영역인 셈이다.

소설가인 레프 톨스토이는 언어가 소통의 좋은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언어가 좋지 않은 많은 기억과 연관되기 때문에 마음이 통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톨스토이는 그의 소설 속 등장 인문들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는 응시가 진정한 소통 수단임을 묘사했다. 이 개념은 고귀하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키티와 레빈의 운명적인 응시 장면을 그렸다. 키티는 멋진 젊은이 브론스키를 짝사랑해 열병을 앓던 여인이다. 키티가 브론스키를 사랑하는 동안 레빈은 키티를 짝사랑했다. 브론스키가 안나와 결혼하게 되자 키티는 절망 속에서 레빈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만다. 레빈의 청혼을 받아들였지만 키티는 브론스키를 사랑했던 과거 때문에 레빈과의 미래에 대한 염려를 품게 된다. 사랑을 얻은 레빈에게도 키티와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밀려온다. 어느 날 그들은 같은 염려를 품고 서로를 응시한다. 그 응시에서 그들은 미래의 결혼생활에 대해 안심하는 눈빛을 교환한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도 의미 있는 응시를 묘사했다. 프랑스가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 러시아 장교 피에르 베주코프는 프랑스 사령관 다부의 심문을 받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피에르 베주코프는 다부 사령관을 쳐다 본다. 그때 다부 역시 피에르 베주코프를 쳐다본다. 이 몇 초 동안 둘은 전쟁이라든가 재판이라든가 하는 일체의 조건을 초월하여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그들은 교감했고 두 사람은 모두 인류의 아들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침묵 속에 진정한 마음을 담아 교환한 눈빛으로 피에르 베주코프는 그의 목숨을 보존했다.

눈은 마음이 머무는 곳이고 눈빛으로 사람은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다. 톨스토이가 위 소설들에서 묘사했듯 눈빛은 진정한 소통의 수단이다.

눈의 색은 상대방의 눈으로 보인다. 눈의 색은 외모의 핵심 요소이다. 우리는 고유한 눈의 색을 가지고 태어난다. 눈빛은 상대방의 가슴으로 느껴진다. 눈빛은 그 사람 내면의 핵심을 이룬다. 눈의 색과 달리 눈빛은 자신이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눈빛을 잘 가꿀수록 사람들과의 공감이 깊어진다.

동아대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