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 ‘백신 낭보’가 전해졌다. 정부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을 추가로 들여오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확보한 기존 물량을 포함해 총 3300만 명분(6600만 회분)의 화이자 백신을 확보한 셈이다. 또 우리나라가 확보한 전체 백신 계약 물량도 기존 7900만 명분(1억5200만 회분)에서 총 9900만 명분(1억9200만 회분)으로 늘어났다. 9900만 명분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5천200만 명)가 1.9번씩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접종 목표 3600만 명의 2.75배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하니 백신 수급에 일단 ‘파란불’이 켜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계약 성사는 치열한 국제적 백신 확보전 와중에 거둔 성과라는 점 외에도 계약 상대방이 화이자라는 점이 더욱 반갑다. 화이자 백신은 그동안 희귀 혈전증 부작용 논란을 빚은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백신과 달리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비교적 신뢰를 받아왔다. 국민의 불안 심리를 크게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또 화이자 백신의 확장성도 주목된다. 기존 화이자 백신의 예방 효과는 약 95% 인정됐으며 국내에선 ‘만 16세 이상’ 사용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12~15세 대상 임상시험에서 예방 효과가 100%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향후 국내 청소년에게 대량 접종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렇다고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전체 계약 물량만으로도 변이 바이러스 무력화를 위한 3차 접종인 ‘부스터 샷’에까지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백신이 계획대로 원활하게 공급된다면 9월 말까지의 물량만으로 18세 이상 국민 4400만 명 전체에게 총 2회 접종도 실시할 수 있다며 11월 집단면역 조기 달성이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국제 백신 수급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유럽과 캐나다 일본 등 선진 강대국들이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충분한 양을 먼저 확보하려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또 원료 문제, 계절적 요인에 의한 생산 차질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백신을 국내에 들여오느냐이다. 물론 검진과 치료, 접촉자 격리, 확산 방지 등에서 철저한 방역활동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다. 백신만이 절대적이라는 심리도 경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 하루 확진자가 700여 명씩 나오는 상황에서는 궁극적인 해결카드로 백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내 백신 접종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지난 24일까지 1차 접종을 완료한 국민은 총 226만639명으로, 접종률은 4.3%에 불과하다. 더 속도를 내는 일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국가 역량을 총동원한 충분한 물량 확보가 선결조건이다. 필요한 물량이 확실히 도착하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담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