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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추억의 ‘전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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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제법 눈길 가는 책이 나왔다. ‘전원일기 이야기(권이상 저·지식과감성)’. 최장수 TV드라마로 유명한 MBC 주간 연속극 ‘전원일기’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시대를 풍미한 작품이다 보니 이 드라마는 제목만 들어도 아련한 추억에 젖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저자가 붙인 부제에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1088화, 22년2개월의 스토리와 히스토리’. 말하자면 ‘역사가 된 이야기’라는 뜻이다. 상당한 자부심이 뿜어나는 제목이다. 1980년 10월 21일부터 2002년 12월 29일 마지막회(1088화)까지 이어진 장수 드라마이긴 하지만, 대체 글쓴이가 누구길래 이런 당당함을 드러낼까? 알고 봤더니 책 쓴 이가 이 드라마의 꽤 많은 분량과 마지막회를 연출한 은퇴 PD다.

그래도 여전히 “어째서 이 시기에 전원일기?”라는 의문부호를 품은 채 주위를 돌아 봤다. 아뿔싸! 하루 종일 ‘전원일기 채널’을 틀어 놓는 가정이 적지않다. IP·케이블TV에서 언젠가부터 이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채널이 생겨나더니 어느새 5개가 넘는다. 고정 시청자가 늘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초고화질에 돌비 서라운드 음향시스템까지 갖춘 오늘날의 TV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흐린 화질의 이 ‘촌스러운’ 드라마에 현대인들이 매료된 이유는 뭘까?

바로 그 ‘촌스러움’에 답이 있다. 순박함과 우직함, 정이 넘치는 소란스러움, 씨 뿌리고 논밭 가는 농부의 정직함, 어설픈 참견과 챙김 같은 것들이 맛깔나게 비벼진 말이 ‘촌스럽다’는 표현이다. 거기에 밴 사람 냄새, 땅 냄새에 대한 그리움이야말로 이 드라마에 빠져 들게 하는 핵심요소다. 이 그리움은 한때 정겨웠던 가족과 친구, 그리고 논과 밭에 씨앗을 뿌리던 고향마을 농부의 땀방울에 대한 향수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 번쯤 주변을 살펴보자. 특히 이웃이나 가족 중에 독거노인 가구나 자녀들 다 내보내고 노부부만 사는 가구가 있다면 더 세심하게 보자. 이들이 ‘전원일기’를 즐겨보고 있다면, 지금 당장 많이 외롭고 사람이 그립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린다는 절기 ‘곡우(穀雨·4월20일)가 엊그제 였다. 가을의 큰 수확을 꿈꾸며 벼 콩 옥수수 같은 곡식의 씨앗을 뿌리는 날이기도 하다. 농부가 아닌 도시인이라도 씨앗을 뿌려볼 때다. 관심과 사랑의 씨앗. 그럴 수만 있다면 TV 드라마 ‘전원일기’ 속 무대가 된 양촌리 사람들 부럽지 않다. 김회장네와 일용이네 못잖게 정감나게 살아갈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씨앗을 뿌려보자.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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