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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도권 중심 행정 영진위, 부산 이전 취지 잊었나

국토부 승인없이 서울서 신규 사업, 혜택 받고 기여는 소극적이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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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1-04-21 19: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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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가 서울에서 별도 사업을 정부 승인도 없이 운영하고 있다. 영화 창작 인력을 양성하고 영화 기획을 지원한다는 명목이다. 문제는 이것이 실정법 위반이라는데 있다. 관련법상 지방 이전 공공기관은 본 사업계획은 물론이고 변경사항도 국토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본사 소재 지자체와의 사전협의도 사실상 필수 절차다. 그러나 영진위는 이를 모두 건너뛴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건 국토부가 문체부를 통해 시정을 요구하는 와중인데도 영진위는 서울사무소와 사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는 점이다.

국토부가 본사 이전 공공기관의 사업 변화를 꼼꼼히 살피는 건 기관 이전 효과의 반감을 우려한 조치다. 원래는 없던 것을 사후에 끼워넣어 서울에서 계속 일을 벌이면 어렵사리 성사시킨 공공기관 이전의 취지가 퇴색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발된 영진위 사업은 사업비가 연간 22억 원 수준으로 전체 예산에서 그리 큰 비중이 아니고, 사전협의 누락도 단순한 판단 미숙 탓일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이 드러났는데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건 영진위가 이전 목적 자체를 잊은 게 아닌가 의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해운대 신사옥과 부산종합촬영소 건립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영진위의 부산 정착을 도왔던 부산시나 기초지자체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영진위는 수천억 원 규모의 기금과 수백억 원 단위의 예산을 다루는 영화영상산업의 중추기관이다. 그러나 부산으로 자리를 옮긴 공공기관 가운데 유독 지역에 착근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보여온 게 사실이다. 영진위는 2009년 이전 결정이 나고도 4년을 차일피일 미뤘다. 남양주촬영소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부산 신사옥 건립도 늦어져 올 초에야 입주가 마무리됐다. 한동안 위원장과 직원들의 잦은 서울 출장이 국회 상임위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주요 회의와 업무 대부분이 서울에서 이뤄진다는 지역 영화계의 불만이 전혀 근거 없지 않은 것이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어떻게 지역에 기여할 것인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질문이다. 본사가 부산에 있으니 지역 발전에 더 큰 공헌을 해야 한다는 요구와 모든 인프라와 인력이 수도권에 있으니 그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늘 맞선다. 하지만 이 논쟁은 공공기관 이전이 결정되기 훨씬 전에 이미 끝났다고 보는 게 옳다. 사람이 없으면 지역에서 육성하고 전국구 인재를 끌어 모으는 일조차 공공기관의 역할이다. 그걸 하라고 그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전국에 분산시킨 것이다. 영진위 내부의 자잘한 불협화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관성을 버리지 않는다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위축된 영화산업을 위해 영진위에 쏟아지는 요구가 많다. 몸이 있는 곳에 정신도 함께 있어야 명분과 실질이 모두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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