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김봉진 배달의 민족 창업자가 각각 5조 원과 5500억 원을 기부한다고 선언하면서 화제가 됐다. 지난 3월 급여 40만 원 아껴 장학금 내놓은 70대 기초수급자, 총 700만 원 기부한 문정원(78) 씨에 관한 기사가 나왔다. 경남 양산시 평산동에 사는 문정원씨는 양산시 인재육성장학재단에 “지역 인재 육성에 써달라”며 장학금 200만 원을 기탁했다. 문 씨는 “국가와 지역 사회에서 보살핌만 받다가 죽으면 제 삶이 너무 허망할 것 같았습니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미국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기부 문화의 주춧돌을 놓았다. 세상에 부자는 세금밖에 낼 줄 모른다. 과다한 부는 권력과 마찬가지로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등 비판이 있다. 하지만 카네기는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자식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겨주는 것은 독이나 저주를 남겨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도서관 3000여 개를 세우고, 교육과 과학 문화 예술 분야에 쾌척하고, 전쟁 예방을 위한 기금도 만들었다. “인간의 일생은 두 시기로 나눠야 한다. 전반부는 부를 획득하는 시기, 후반부는 부를 나누는 시기”라는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게 살았다.
우리에게도 나눔의 역사는 면면히 흐르고 있다. 경주 법주로 알려진 경주 최부자 가문은 17세기 이후 무려 10대, 300년에 걸쳐 큰 재산을 유지하면서 아낌없이 베풀었다. 백성 대부분이 가난하던 시절에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르침을 가훈으로 삼았다. 최부자 가문은 항일운동과 교육 사업에 전 재산을 바쳤다.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905년 불과 10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고학으로 학업을 마치고 독립운동에 헌신하면서 경영자로 성장했다. 8·15 해방 후에는 기업을 크게 키운 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 기업은 목적이 아니라 나눔을 위한 수단이었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라는 것이 그의 기업관이다.
부산인근 양산의 문정원 씨도 있지만 돈 많은 기업가뿐만 아니라 나눔을 실천하는 훌륭한 이웃도 많이 있다.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는 작은 회사를 빠듯하게 운영하면서도 지난 10년 동안 무려 10억 원 넘는 거금을 이름도 밝히지 않고 기부해 왔다. 전주에 사는 중증 장애인 부부인 김규정, 홍윤주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생계유지에도 모자라는 돈을 아껴 12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반드시 돈을 기부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웃이나 주변을 위해 베풀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불교에서 이른바 6바라밀 가운데 으뜸이 보시(布施)바라밀 즉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주는 것이다. 보시에는 물질적인 것도 있지만 재물이 아닌 보시(無財布施)도 중요시하고 있다. 불교의 최고의 수행은 무외시(無畏施), 즉 중생을 공포에서 구하여 계도하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오래전 몸이 부자유스런 할머니가 매일 밤길에 면한 창가에 등불을 비추며 조용히 앉아 있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있다. 어둠 속을 걷는 사람들에게 비춰주는 환한 등불이었다.
세상이 점점 더 좋아지는 건 부분적으로는 남에게 드러나지 않게 베풀면서 인생을 충실하게 살았고, 지금은 편안히 잠들어 있는 수많은 사람 덕분이기도 하다.
김범수 의장은 스스로를 흙수저도 아니고 바로 흙이었다고 한다. 그러한 김 의장이 기부하기로 결심한 근원의 하나로 읽고 감동받은 미국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를 꼽는다. 에머슨의 글의 원문 ‘성공의 정의(Definition of Success)’에서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그대가 있었기에 한 생명이라도 좀 더 수월하게 숨을 쉬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 이런 것이 성공이다.’
그리고 에머슨은 지적하고 있다. ‘진심으로 남을 도우면 결국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것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상의 하나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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