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은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미 끝났는데 무슨 말이 많은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기 때문이다. 오만하면 진다는 대한민국 공직선거의 철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선거였다. 그런데 집권세력의 핵심들은 패배의 탓을 밖으로 돌리고 있다. 친여편향의 한 방송인은 심지어 부산과 서울의 시민들을 꾸짖는다. 자기 재산 지키기에 급급해 나라를 망쳤다는 식으로 비아냥거리고 있다. 그 방송인의 국가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현재의 집권세력에게 묻고 싶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맞는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국가와 시민사회가 분리되어 있다는 정치철학이 공유될 때 존립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가권력은 시민사회가 국가에 위탁한 권력이라는 의미다. 시민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달라고 국가에 위탁한 것이다.
국가권력의 원래 주인인 시민사회의 경제적 기반은 시장(市場)경제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시장과 전쟁을 벌였다. 시장의 법칙과 전쟁을 벌였다.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 부동산 시장인데, 국민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가 없다. 전투를 지휘하는 집권세력 측 야전사령관들이 자신의 부동산 거래는 시세(시장가격)에 따라 했다고 변명을 해대니, 이는 전장의 지휘관들이 적과 내통한 격인데, 국민에게는 무엇을 위한, 누구에 대한 전쟁인지 오리무중일 뿐이다. 나는 항상 옳고 틀려도 틀린 것이 아니라는 집권세력의 오만함의 결과이다.
4.7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참패할 필요가 없었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선거과정에서 불리한 여론 조사 결과가 계속 나오자, 어차피 1년 임기의 시장이고 부산과 서울 모두 시의회 의원과 구청장의 절대다수가 민주당 소속이니 야당 시장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소수의 권리당원만이 참가한 당원투표로 무리하게 당헌을 개정하여 후보를 내세웠는가? 원래의 당헌에 따라 후보를 내지 말고 석고대죄하면, 명분도 쌓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민주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선거라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당연히 투표를 포기할 것이며, 야당 지지자들도 김빠진 선거에 관심을 잃어 투표율이 매우 낮았을 것이다. 무주공산의 시장 자리를 두고 야권의 후보자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당선된 시장들을 식물시장으로 만들고 1년 뒤의 대선이 험난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일개 대학의 교수가 구상해 본 이런 전략을 민주당의 선거 전략가들이 생각 못 했을 리 없다. 그런데 왜 무리하게 후보를 내세워 대선 전초전으로 판을 키웠는가? 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선택을 했는가? 오만함 때문이다. 이미 국민으로부터 탄핵당했던 정치세력의 후보들은 시민에게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주며 네거티브 몇 방이면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과거를 들먹이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자만했다. 1년짜리 시장의 권력도 놓치기 싫을 정도로 권력에 취해 있었다. 필자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소탐대실(小貪大失), 과유불급(過猶不及),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생태탕집 주인 가족의 16년 된 기억은 정확하다고 강변하면서, 왜 17년 전인 2004년 4.17 총선에서 불었던 탄핵역풍은 기억하지 못하는가? 역풍이 왜 불었는가? ‘한나라당 너희들이 감히 탄핵을 할 자격이 있어?’였다. 왜 참패했는지 새겨 보길 바란다.
민주당 소속의 법무부장관이 자신은 행정부처의 장이기 이전에 민주당의 당원이기 때문에 당론에 따라 법무부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헌법을 무시하는 소견을 피력한 바 있다. 부산과 서울의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과 구청장들도 시민의 뜻을 살피지 않고 진영과 소속당만 쳐다보며 시장(市長)과의 전쟁을 벌일까 봐 걱정된다. 시정(市政) 마비의 피해자는 시민이다. 내년 대선 이후 바로 치르는 지방선거를 지금과 같은 오만함으로 치른다면 민주당 후보들이 생존할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의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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