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를 이야기할 때 막연히 교과서처럼 발표하는 내용이 있다. 빅데이터는 우선 데이터의 크기가 이름에 걸맞게 커야 하고(Volume),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어우러져야 하며(Variety), 마지막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Velocity)는 것이다. 이중에서 빠르다는 속성이 현대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아는 것은 코로나와 같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상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세계인들은 직간접적으로 어떠한 경로를 거쳐서 연결돼 있다. 이러한 연결 경로의 데이터를 어느 한 사람이나 기관이 독점한다면 그 가치는 엄청날 것이다.
리처드 와이즈만의 ‘괴짜심리학’(Quirkology, 2008)에서는 ‘작은 세상이라는 현상’을 인지한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이 등장한다. 70% 이상의 사람들이 경험했다는 작은 세상은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알고 보니 서로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밀그램은 특정인에게 간접적으로 아는 사람을 통해 소포를 전달한다면 몇 명을 거쳐 도달하는지를 실험으로 알아보고자 했다. 세상 누구와도 6명을 거치면 소포를 배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요즘 같은 SNS 세상에서는 3명만 거치면 지구상의 누구와도 연결 가능한 것으로 발전됐다.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이 1시간에도 가능한 일이 돼 버렸다. 모든 사람이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기에 가능해진 현상이다. 네트워크 데이터는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모두 빅데이터의 프로슈머로서 가치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의 속성으로 일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사실 기초적인 효과다. 미래 예측은 어렵겠지만 SNS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대화 속에서 질병의 확산에 대한 단서를 빨리 알아낼 수 있다. 팬데믹도 이러한 한발 빠른 정보로 초기에 대응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SNS에 풀어 놓는 데이터들은 일기장처럼 속마음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것을 모은다면 대중의 속마음을 미리 알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전화 여론조사는 익명이라 해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을 수가 있어 보완적인 측면으로라도 진실을 알아내는 빅데이터적인 접근이 의미가 있다.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에는 사람과 시스템이 알 수 있도록 위험을 통보하는 기능이 있다. 도로의 특정 구간에 포트홀이 생겼다면 그 구간에 접근 가능성이 있는 차량과 운전자들에게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전달해야 한다. 가로등의 전구가 수명을 다해 어두운 길이 됐다면 마찬가지로 사전에 공지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전구가 고장 나기 전 미리 조치하는 예지정비를 실시하는 것이 빅데이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현대의 빅데이터는 형성되는 시간도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데이터를 모아 데이터 레이크를 만드는 일은 향후 쓰임새 측면에서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한 빅데이터라기보다는 빅데이터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명확한 목적을 가진 빅데이터는 의외로 부가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의도된 빅데이터는 인지하고 모으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인터넷 중고거래 장터에서 거래하며 저절로 쌓이는 데이터는 그 자체로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빅데이터다. 활성화된 중고거래 장터는 의외로 여러가지 사회의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한다. 돈을 주고 버리는 것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받고 팔 수 있다면 거시적인 측면에서 비용뿐만 아니라 환경 오염을 줄이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쓰레기매립장 한 곳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누군가 이러한 중고거래 장터를 만들려고 생각했다면 처음에는 물품의 목록이나 가격을 만들어내느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을 것이다. 빅데이터를 생각하는 사람이 한번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베스핀글로벌 고문·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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