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경남 창원에 있는 한 중소기업을 방문해 대표자와 임직원을 격려했습니다. 이번 방문은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발표한 ‘수소경제 민간투자 계획 및 정부 지원 방안’의 후속 조처로 이뤄진 것입니다. 이 계획을 보면 정부는 민간이 2030년까지 총 43조 원을 수소경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 중 수소 생산 분야에 11조 원, 유통·저장 분야에 8조 원, 활용 분야에 23조 원을 투자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정부는 이 계획이 원활히 집행되도록 청정수소인증제와 수소발전의무화제도를 도입하고 액화수소 안전 규정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이런 큰 정책을 발표하고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 경남 창원의 한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바로 범한산업㈜입니다. 정 총리는 이날 “2050 탄소 중립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 수소경제는 우리가 반드시 나아가야 할 길”이라며 “범한산업이 수소제품 국산화와 창원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기업은 원래 선박용 공기압축기를 생산하는 조선기자재업체였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사업 영역을 확대해 잠수함·건설기계·건물용 연료전지를 생산하고 특수목적법인인 하이넷에 출자해 수소충전소 구축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범한산업을 방문해 수소압축기와 연료전지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1990년 설립한 범한산업은 고압 공기 압축기를 생산해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키워왔습니다. 2014년 독일 지멘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잠수함용 연료전지 개발에 성공하면서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 GS칼텍스 연료전지사업을 양수했습니다. 2018년에는 현대제철로부터 건물용 연료전지 사업을 받아 관련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2019년에는 굴삭기용 연료전지 개발에도 성공해 중장비에도 수소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서울 마곡 연구단지에 500억 원을 투자해 수소연료전지 전문 연구소인 범한기술원을 설립했습니다. 수소 분야 인재를 확보하고 기술개발을 선도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합니다. 범한퓨얼셀도 설립해 수소·연료전지 사업 부문을 분리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범한산업의 연료전지를 장착한 건설중장비. 범한산업 홈페이지 캡처.

잠수용함 연료전지사업은 2018년 9월 진수한 도산안창호함에 공급함으로써 시동을 걸었습니다. 잠수함 국산화 사업인 ‘장보고-Ⅲ’ 1번함부터 6번함까지 납품 계약이 예정돼 있어 군수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범한산업은 잠수함용 연료전지 분야에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범한산업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성과로 산업통산자원부가 주최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주관하는 ‘세계일류상품’에 공기압축기 분야와 잠수함용 연료전지가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중소기업청이 주최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에 선정됐습니다.

경남 마산자유무역지역에 터를 잡은 범한산업은 조선기자재를 넘어 수소에너지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련 분야 특허권이 100건을 넘는 기술 중심 기업입니다. 정 총리가 이날 방문해 정영식 대표를 격려할 정도면 이 기업의 위상을 알 수 있습니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이 같은 기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