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머리와 가슴에 ‘뷰카(VUCA) 시대’라는 단어를 새겨놓았다. 뷰카란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함)의 앞 글자를 딴 단어로 현재의 예측 불가능하고 미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을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뷰카 시대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앞당긴 기폭제가 되었다.

이제 일상의 풍경으로 자리 잡은 언택트는 팬데믹 이전에도 이미 많은 기업에서 화두였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미리 준비한 기업에게는 기회가 되었고, 그렇지 못한 기업에게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되었다. 이 때문에 지금 기업의 최대 이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뷰카 시대에는 빠르고 정확하게 판세를 읽는 동시에 다르게 생각하고 일하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또는 DX)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소유 중인 하드웨어 사용자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되 구독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새롭고 빠르고 자주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나아가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한 혁신적인 발전 방식을 뜻한다. 지난 10년간 시장 및 비즈니스 모델, 문화적 배경에 와해성 변화가 일어나면서 기업은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또 다른 의미로, 기업이 혁신적인 방식으로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변화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러나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술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 프로세스를 비롯해 궁극적으로는 기업 문화의 변화를 수반한다.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말은 다른 어떤 것이 된다는 의미에서 끝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항상 새로운 기술과 기능이 등장해 발전을 거듭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이 최신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웹이나 모바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수준에서부터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와 같이 다양한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가상세계와 물리적인 세계를 연결하는 가상 물리 시스템 구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산업은 제조업 분야다.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스마트 팩토리의 경우 물리적인 제조 공정의 기계설비 또는 생산 공장이 IoT(사물인터넷)로 연결돼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한다. 기존 물리적 제조 공정이 자동화·지능화·디지털화하는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공정의 혁신으로 개도국에 넘겨줬던 제조업의 생산 기반이 다시 선진국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도 나타난다. 딜로이트의 2020년 글로벌 테크 리더십 설문조사 예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조직 가운데 79%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이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45%) 작업은 임박한 시장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수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LG 구광모 회장은 그룹 총수에 오른 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해왔다.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과제로 제시한 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 ‘딥체인지(Deep Change)’도 트랜스포메이션을 겨냥한다. 글로벌 컨설팅업계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수요가 급증한다. 10년 전 트랜스포메이션 컨설팅을 시작한 맥킨지&컴퍼니는 이를 전담할 사업부를 따로 만들었다. 5~10년 전만 해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의 오래된 사업 모델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걸 의미했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은 채 기술만 덧붙이는 이노베이션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걸 경영자를 포함한 디지털 리더들은 깨달았다.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도 디지털 리더로서 자질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동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