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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부동산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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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당시 서울 강남 개발계획을 둘러싸고 빚어진 땅 투기 광풍은 오늘날 망국적인 ‘부동산 망령’의 원류라 할 만하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한강(전 10권)’에도 그 풍경들이 한 폭의 세밀화처럼 묘사된다. ‘한강’ 제6권에 등장하는 땅 투기의 주인공들은 박정희 쿠데타 세력에 가담한 군 출신으로, 정부나 서울시 요직을 차지한 부패관료와 그 부인들이다. 이들은 개발 정보를 활용해 막대한 차익을 남긴다. 1평(3.3㎡)에 200원 하던 땅을 5만 원씩에 팔았으니 땅은 그야말로 ‘노다지’였다.

   
이들의 무기는 한 발 앞선 ‘정보’였다. 그 특권층에 기생하다가 뜻밖의 ‘기회’를 잡은 이들도 속출했다. 시집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유명한 시인이자 시네마제작자인 유하 감독의 영화 ‘강남 1970’을 보자. 서울시가 ‘남서울 개발계획’을 발표한 1970년을 전후해 특권층들의 단골 룸살롱 마담이 개발 정보를 엿듣고 땅 투기에 나선다. 마담을 알고 지내던 건달 역의 주인공도 진한 돈 냄새를 맡는다. 신사동 땅값은 10년만인 1980년대 초반까지 2000배나 폭등했다.

그런데 권력형 강남 땅 투기의 진정한 달인은 따로 있었다. 1970년 전후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박종규 였다. 그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윤진우를 시켜 20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현재 가치로 약 5000억 원이다. 2016년 타계한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저서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서 이 돈이 박정희의 3선 대선자금으로 들어갔다고 술회했다. 박정희 정권은 서울시 발표 4년 전인 1966년에 이미 ‘남서울 개발’을 구상했다. 이렇게 시작된 정보 독점세력의 권력형 땅 투기 비리는 1990년대 초반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 일산 등 5개 지구)와 2003년 2기 신도시(판교 동탄 등 12개 지구)까지 이어졌다. 이번에 터진 국토교통부 산하 LH 임직원의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도 그 연장선이다.

권력형 땅 투기는 50년 동안 정권이 여러 번 바뀌어도 근절되지 않은 고질병이다. 공직자와 특권층의 투기는 그 사이 일반인들에게까지 번져 땅과 아파트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렸다. 질려버린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한다. ‘강남 불패·부동산 불패’는 ‘신화’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망령’이 됐다. 대통령과 총리가 관련자 모두에 대한 발본색원과 강력한 처벌을 약속했다. 정권의 명운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걸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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