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투자에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그 투자로 얻는 수익과 투자에 내포된 위험일 것이다. 가령 금융상품의 경우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주식과 같이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할 것이고, 위험을 싫어하는 투자자라면 은행 정기예금이나 국고채와 같이 이자율은 낮으나 안전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할 것이다. 즉 수익률은 높을수록, 위험은 낮을수록 그 투자의 매력은 높아지게 된다.이러한 투자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에서 제조업을 영위하는기업인들은 과연 훌륭한 투자자일까?
매년 한국은행이 발표하고 있는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대한민국 중소제조업의 총자산순이익률은 2.33%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공장, 기계설비,원재료 등의 자산에 100억 원을 투자한다면 이를 통해 1년간 벌어들이는 이익이 2억3000만 원이라는 뜻이다. 위험이 없다고 여겨지는 대한민국 정부의 국고채10년물 금리가 1.7%를 상회하고 있으니, 중소제조 기업인은 무위험자산 대비 0.6%의 초과수익을 얻기 위해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초과수익의 대가로 기업인이 부담해야 하는 수고와 위험은 어느 정도일까?
중소제조업체는 대부분 여유없이 빠듯하게 운영되고 있다. 경영자는 인사 재무 생산 영업 등 회사와 관련한 모든 업무를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겨야 한다. 인건비를 비롯한 관리비 등 각종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나, 국내외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판매가격 인상은 힘든 실정이다. 생산현장의 인력 구인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원자재 가격 변동 및 환율 등락 등 기업 경영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기업인은 회사 운영과 관련하여 개인적으로도 여러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월 말 기준 285개의 경제법령 가운데 형사처벌 항목은 2657개이며, 이 중 기업과 기업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것이 83%인 2205개이고, 인신구속형 조항이 2288개로 89%에 이른다고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같이 대표이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각종 법률과 규제들이 넘치고 있다. 중소제조업의 경영자로서 이러한 수고와 위험을 감내하면서 불과 0.6%의 초과수익을 얻는다면 합리적인 투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중소제조기업 경영자는 높은 위험을 부담하면서도 낮은 수익을 얻는 최악의 투자자인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투자 매력이 낮은 중소제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단순한 수익률과 위험만이 아닌 기업에 대한 애정과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과 연대의식, 그리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 때문이다. 이러한 기업가 정신이 그 동안 중소제조업을 지탱해온 기반이라 생각한다.
창업세대들에 이어 새로운 세대가 기업을 승계하는 지금, 중소제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을 계승함은 물론 중소제조업의 본질적인 수익률과 위험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다. 수익률 개선은 기업가의 몫이다. 기업가는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디자인과 기능을 차별화하고,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여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진행 중인 4차산업혁명은 기업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부지불식 간에 도태될 것이다. 4차산업에 적응한다는 것이 최첨단 IT 제품을 반드시 생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전통 제조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을 많이 필요로 한다. 다만 그러한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와 시스템이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최첨단 기술이 적용될 때 중소제조업의 경쟁력 확보 또한 가능할 것이다.
중소제조기업의 경영 위험을 줄이는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산업현장에서 재해를 줄이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개선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중소제조업체는 중병에 걸린 환자와 같다. 생사의 경계에 서 있는 환자에게 원리원칙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환자를 살리기 위한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중소제조업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고려하여 속도와 적용에서 세심하고 유연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지금이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중소제조업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기업인들이 관리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로봇 등을 활용한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제조현장의 체질 개선과 혁신을 이끌어 내고, 여기에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대한민국 중소제조업은 또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디프로매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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