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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부산의 4번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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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39) 만큼 별명이 많은 선수는 흔치 않다. ‘빅보이’ ‘돼호’ ‘돼랑이’ 등이 친숙하다. 또 2016년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불린 ‘DHL’에서부터 ‘롯데의 심장’ ‘거인의 자존심’ ‘돼장님’ ‘치타호’ ‘천만배우’에 이르기까지 줄잡아 10개는 넘는다. 그 중 가장 널리 통용되는 별명은 ‘조선의 4번 타자’이다. 한 선수의 별명에 국호가 붙는 것은 더 없는 영광일 것이다. 실제 이대호 자신도 특별한 애착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유래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2006년을 기원으로 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2006년은 도하아시안게임에서 한국야구가 대만과 일본에 패하며 ‘도하참사’를 당한 해다. 그런데 유독 이대호만은 이름값을 했다. 대만전에선 0-2로 지고 있던 4회말 3루타를 터뜨리며 추격의 방아쇠를 당겼고, 일본전에서는 3회초 1사 1·3루에서 선제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나 홀로 맹활약’을 한 이대호에게 팬들은 ‘조선의 4번 타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4번 타자’라고 불리던 이승엽과의 대비 효과도 있었다. 이대호는 그 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타율 홈런 타점 3부문 1위를 기록, 1984년 이만수 이후 22년만의 ‘타격 3관왕’에 오르며 만개했다.

이후 ‘조선의 4번 타자’는 2008 베이징올림픽 무패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더니 2015년 도쿄 WBSC 프리미어12 국가 대항전에서 절정의 ‘별명 값’을 한다. 소속팀인 후쿠오카 소트프뱅크 호크스의 2014·2015 시즌 일본시리즈 연속 우승을 이끌고 2015년엔 시리즈 MVP까지 거머쥔 이대호는 ‘도쿄대첩’의 영웅이 된다. 패색이 짙던 일본전 9회초 무사만루에서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터트려 4-3 역전승을 이끌고 한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그런 이대호가 우리 나이로 ‘불혹’을 맞은 올 시즌 롯데와 2년 재계약을 맺고 “2년 후 명예롭게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 데뷔 했으니 올해로 프로생활 20주년을 맞는 그가 밝힌 ‘명예’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타격 3관왕 2회 등극, 타격 7관왕(2010년) 달성 등 KBO 역사상 전무후무한 진기록을 가진 그에게 유일하게 없는 것이 한국시리즈 우승컵이다. 우승은 고사하고 한국시리즈 무대에조차 올라보지 못했다. 그의 약속이 이뤄지기를 모든 롯데 팬들과 함께 응원한다. 그리하여 어쩌면 무겁기만 했을 ‘조선의 4번 타자’라는 칭호를 내려놓고, 영원한 ‘부산의 4번 타자’로 남게 되기를 바란다. 그의 고향인 이 곳 부산에서 말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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