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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겨울나기

  •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책임교수
  •  |   입력 : 2021-01-05 19:22:4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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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모두가 힘든 계절이지만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고 땔감과 따뜻한 옷을 챙기며 오순도순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할 때다.
   
겨울 가지치기가 끝난 프랑스 마꽁 지역의 샤르도네 포도밭.
포도재배에서 겨울은 중요한 계절이다. 포도수확 후 와인양조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포도밭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색이 바래 진 포도나무 잎은 첫서리가 내릴 때 떨어지고, 포도나무는 수액이 줄어들며 이듬해 봄까지 성장을 멈춘다. 비생산적인 포도나무는 뽑아낸 후 다른 나무를 심어야 하고 경사지로 내려간 토양도 다시 쓸어 와야 한다. 가을철 쟁기질로 골고루 섞어 준 흙을 포도나무 밑동에 덮어주어 겨울철 서리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프랑스 부르고뉴를 비롯한 유럽의 경우, 1월에 주요 가지치기(pruning)를 시작한다. 겨울철 가지치기의 첫 번째 목적은 다음 해 수확을 위해 ‘새로 돋아날 싹’, 슈츠(shoots)를 선택하는 것이다. 겨울이 지나 어느 정도 자란 슈츠는 갈색의 가지로 변하는데 이것을 케인(canes)이라 부르며 이 가지에서 포도송이가 자라게 된다. 두 번째 목적은 포도가지에 달린 싹의 수를 조절해 수확량과 포도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가지치기는 포도나무마다 다르고 와인생산자의 목적에 맞아야 하므로 포도밭에서 일어나는 작업 중 가장 전문적인 일이다.

유난히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 몸과 마음을 데워줄 따뜻한 겨울 음료를 만들어 마셔보자. 겨울이 매우 추운 독일, 북유럽 지역에서 원기 회복과 감기 예방을 위해 약으로 마시면서 유래된 ‘뱅쇼(Vin Chaud)’는 ‘Vin(포도주)’과 ‘chaud(따뜻한)’가 합쳐진 말로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멀드와인’, 독일어로는 ‘글루바인’, 북유럽 국가에서는 ‘글뢰그’라고 한다. 와인에 계피와 과일을 넣고 끓여 먹는 뱅쇼가 추위와 감기에 효과가 있는 까닭은 레드와인에 들어 있는 타닌, 안토시아닌 등의 폴리페놀 성분들이 항산화작용을 해 젊음을 유지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냄비 뚜껑을 열고 끓이기 때문에 알코올이 증발해 일반 와인보다 5도 정도 낮아진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독일에서는 레드와인을 주로 사용하지만 북부 이탈리아에서는 화이트와인, 오스트리아에서는 두 가지 모두 사용하기도 한다.

원하지 않은 어려움에 익숙하지 않은 외로움까지 닥친 겨울. 인간에게 외로움은 가장 치명적인 고통이다. 하지만 고통은 상처와 어려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허락해주기도 한다.

   
사람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가장 힘들다. 하지만 또 다른 꿈을 꿀 때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 더불어 다른 이의 아픔도 돌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겨울나기가 필요하다. 찔레꽃 향기가 너무 슬픈 이유는 꽃이 지기 때문이다. 더 큰 추위가 오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시절. 포기하지 않고 견뎌야 일상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정말 좋은 것은 모르는 듯 아는 듯 천천히 온다.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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