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물질 오염수를 바다로 배출하겠다고 하여 한동안 시끄러웠다. 이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잠잠해졌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19일 일본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해양 방류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발언을 해서 다시 논란이 일었다. 트리튬(삼중수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을 근거로 판단했다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 수장의 의견은 일본 정부의 시책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지난 22일에는 부산시를 비롯한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시장과 도지사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성물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또한 일본산 수산물과 식품을 수입할 때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정당하고 적절한 요구다.
사고 당시를 돌이켜보자.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 부근 바다 속이 경련을 일으켰다. 해저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해저지진은 지진해일(쓰나미)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고,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었다. 1986년 소련(현 러시아)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 폭발로 곳곳이 파괴되었다. 이 틈으로 스며든 지하수나 빗물이 핵폐기물과 섞이면서 지금도 오염수가 만들어진다. 오염수에는 방사성물질이 들어있으므로 다핵종제거장치(ALPS)로 처리한 오염수를 저장탱크에 보관한다. 일본의 고민은 2022년 여름이면 저장탱크가 모두 차기 때문에, 더 이상 저장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저장탱크를 더 지으려면 비용이 들고, 버리자니 반대 목소리가 높다. 버리는 방법에는 바다로 흘려보내거나 가열해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것이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가열보다는 바다로 방류할 것이다. 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내부에서도 나온다. ALPS를 사용하면 세슘137이나 스트론튬90과 같은 방사성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트리튬 제거는 불가능하다. 트리튬은 물 분자보다도 훨씬 작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물에서 걸러낼 수 없다.
트리튬은 원전 폭발사고 때 만들어지지만, 자연적으로도 존재한다. 우주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고에너지 우주선에 의한 핵반응으로 대기 상층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지구에 사는 생물은 오랜 세월 트리튬이 있는 환경에서 진화해왔다. 트리튬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이 체내로 들어가더라도, 1~2주면 오줌이나 땀으로 몸 밖으로 배출된다.
트리튬은 붕괴하여 헬륨으로 되면서 베타선을 방출한다. 베타선은 방사성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 종류 가운데 하나이다. 방사선에는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등이 있다. 베타선은 투과력이 약해 피부를 뚫거나 외부 피폭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인위적으로 트리튬 농도가 높아져 인체 내로 들어왔을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방류된 트리튬이 인근 수산물을 오염시키고, 이 수산물을 섭취하였을 때 체내 피폭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베타선은 생물의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세포를 죽일 가능성이 있으며,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본이 방류를 한다면, 우리 주변 바다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얼마나 빨리 도달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에서 방류하면 오염수는 북태평양해류를 따라 미국 쪽으로 흐른다. 그런 후 미국 서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다 서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는 북적도해류를 따라 서태평양으로 와서 쿠로시오를 따라 북동쪽으로 흘러 우리나라로 오게 된다. 이것이 북태평양 표층에서의 큰 흐름이다. 그렇지만 지형이 복잡한 연안에서의 흐름, 깊이가 깊은 중층이나 저층의 해류는 아직 잘 모른다. 광활한 바다에서 오염수의 이동을 족집게같이 알아내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이런 흐름에 근거한 해수순환예측모델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체로 우리 주변 바다에 도달하는 것은 방류하고 약 5년 후가 된다. 많은 언론 보도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버렸을 경우 세슘 137 등 핵종물질이 한 달 내로 우리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하여 국민이 걱정했다. 이 자료는 세슘 137의 농도가 바닷물 1ｔ당 1000만조분의 1베크렐(10-20 베크렐) 정도의 극소미량의 경우다. 이 농도는 우리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농도다. 자연 상태에서 바닷물 속에 들어있는 세슘137의 농도는 바닷물 1ｔ에 1~2베크렐 정도다. 이론적으로 농도를 더 낮춘다면 도달시간은 더 빨라진다. 방사성물질의 농도가 허용수치 이내라면 굳이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바다로 방류하는 것이 일본의 입장에서는 가장 편한 방법일 터이다. 그러나 세계 바다는 하나로 연결되어있다. 버린 오염수는 시간문제이지 모든 바다로 퍼져간다. 자국은 물론 이웃국가의 환경을 심각하게 고려해서 방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과학적으로 문제없는 규모의 방류를 한다하더라도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우리의 안전을 검증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KIOST 원장
)
